김태균 정근우가 은퇴하고 이용규가 방출당하는 등 프로야구 각 팀 내 최고참 선수가 줄줄이 떠나거나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선수 기량 저하와 더불어 코로나19 여파로 구단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탓으로 풀이된다. 롯데 자이언츠는 올해 100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돼 최고액 연봉자인 이대호(38)를 내년에도 품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적자 눈덩이 롯데…최고액 이대호 품을까

	올 시즌을 끝으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다시 얻는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선수. 연합뉴스

이대호는 올해를 끝으로 구단과 4년 총액 150억 원 계약을 마치고 다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다. 올해 연봉은 25억 원으로 한국프로야구(KBO)리그 소속 선수 중 최고액을 기록했다. 2015년 삼성 라이온즈와 2년 총액 36억 원 계약을 맺은 이승엽, 지난해 2년 총액 25억 원에 사인한 LG 트윈스 박용택, 올 시즌을 앞두고 1년 10억 원 계약을 한 한화 이글스 김태균 등 은퇴 직전에 FA 계약에 성공한 스타들은 꽤 많았다.

올해 초만 해도 이대호 역시 이들과 비슷한 수준의 계약을 한 차례 더 맺을 것으로 예상됐다. 전성기와 비교해 기량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전 경기에 출전했고 팀 내에서 타율이나 타점 등 각종 기록은 1,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KBO리그 소속 구단들이 겪은 최악의 재정난은 상황을 바꿨다. 8일 KBO에 따르면 롯데의 관중은 지난 시즌 67만9208명에서 올해 3만6717명으로 94.59% 급감했다. 롯데는 지난해 입장수입으로 81억9152만 원을 벌어들였지만, 38억8000만 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선수단 연봉은 전년도와 비교해 11억 원 정도 줄었지만, 입장 수입은 3, 4억 원에 그쳐 적자 폭이 1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사정은 KBO 소속 타 구단도 마찬가지다. 구단 수입은 중계권료, 관중 입장수입, 마케팅 등 크게 3가지다. 중계권 수익은 받았지만, 올해 구단들은 코로나로 사실상 관중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렸다. 무관중으로 인해 마케팅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다른 구단 “주머니 사정” 베테랑 대거 방출

한화가 주장 이용규를 비롯해 안영명 송광민 윤규진 최진행 등 11명을 방출한 이유도 재정난 때문으로 보인다. 이용규 4억 원, 안영명 3억5000만 원, 송광민 2억5000만 원 등 11명의 연봉을 모두 더하면 15억6000만 원이다. 특히 이용규는 한화 주전 중 유일하게 규정 타석 채웠고, 12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6, 도루 17개, 60득점을 기록한 중심타자다. 올 시즌 꼴찌 한화가 팀을 새로 꾸리고 있지만 베테랑을 이처럼 대거 방출시키는 사례는 드물다. 스카우터들은 관중 입장이 제한되면서 구단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탓으로 본다. 한 관계자는 “구단에 적자가 생기면 모기업이 보전해준다. 그렇지만 구단에 전례 없는 적자가 났고, 감염병 확산으로 모기업도 어려운 상황이라 인원 감축 및 연봉 삭감을 요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호와 같은 1982년생 ‘황금 멤버’ 중 김태균에 이어 통산 1747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2, 안타 1877개, 홈런 121개, 타점 722개, 도루 371개를 기록한 LG 베테랑 내야수 정근우가 현역 생활을 마감한 점도 변수다. 그렇지만 올해 김태균은 부상 등으로 67경기, 정근우는 72경기에 출전해 전 경기를 소화해 이대호와는 분명히 상황이 다르다.

그의 거취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가지만 롯데는 말을 아낀다. 해외 생활 7년을 제외하면 줄곧 롯데에서 뛰어온 ‘프랜차이즈 스타’를 함부로 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선택을 할지 ‘칼자루’는 이대호가 쥐고 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