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현진 작년 초 뛰어넘는 성적
- 한국인 최초 신인왕 꿈 ‘쑥쑥’

가히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의 지난 시즌 모습을 보는 듯하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이 데뷔 시즌 첫 다섯 경기에서 0점대 평균자책점(ERA)에 도달했다. 이 같은 상승세라면 ‘한국 최초의 MLB 신인왕’을 욕심낼 법도 하다.
김광현은 2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2020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3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16-2 대승에 기여했다. 탈삼진은 MLB 입성 후 개인 한 경기 최다인 4개를 기록했다.

1회 말 선두 타자 조이 보토를 볼넷으로 출루시킨 김광현은 후속 타자 니콜라스 카스테야노스를 유격수 앞 병살타로 처리하고 맷 데이비슨을 삼진으로 잡아 산뜻하게 이닝을 끝냈다.

2회 말에는 슬라이더의 위력이 더 돋보였다. 김광현은 우타자 에우헤니오 수아레스에게는 몸쪽을 파고드는 슬라이더, 좌타자 마이크 무스타커스에게는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를 던져 연속 삼진 처리했다.

3회 말 위기도 무사히 넘겼다. 김광현은 3회 일본인 교타자 아키야마 쇼고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았지만, 커트 카살리에게 이날 첫 안타를 맞고 보토에게도 우전 안타를 내줘 1사 1, 2루에 몰렸다. 하지만 김광현은 카스테야노스에게 직구 3개를 연속해서 던졌고, 유격수 앞 병살타로 요리했다.

야수진도 김광현을 도왔다. 세인트루이스 유격수 폴 데용은 4회 말 첫 타자 데이비슨의 빠른 땅볼 타구를 넘어지며 잡아 1루에 정확하게 송구했다. 김광현은 박수를 보내며 고마움을 표했다. 김광현은 수아레스에게 3루수 옆을 뚫는 2루타를 맞았지만, 무스타커스와 아키노를 범타 처리하며 무실점 이닝을 늘렸다.

이날 무실점 경기로 ERA를 0.83까지 낮춘 김광현은 지난 시즌 사이영상 후보에 오른 류현진보다 성적이 더 뛰어나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 LA 다저스 시절 세 번째 등판에서 사타구니 부상으로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오른 경기를 제외하고 시즌 첫 다섯 경기에서 33.2이닝을 던져 8자책점으로 3승 1패 ERA 2.16을 기록했다.

데뷔 시즌 선발만 놓고 봐도 류현진보다 뛰어난 성적이다. 카디널스의 마무리투수로 MLB에 데뷔한 김광현은 두 번째 등판부터 선발 투수로 보직을 바꿨는데, 선발 네 차례 등판만 놓고 보면 ERA 0.44의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20.2이닝 동안 단 1실점밖에 하지 않았고 17이닝 연속 비자책 행진이다. 류현진이 2013년 데뷔 후 첫 5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3.41로 순항했던 점을 떠올리면 김광현의 이 같은 성적이 얼마나 훌륭한지 알 수 있으며 만화 같은 활약이 아닐 수 없다.

김광현이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신인왕에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 김광현은 올 시즌 20이닝 이상 던진 전체 신인 투수 중 ERA 1위를 달린다. 2위인 보스턴 레드삭스의 필립스 밸디즈(1승, ERA 0.86)가 김광현과 함께 ERA 0점대를 찍은 가운데, 나머지 투수는 모두 2점대 이상의 ERA를 기록 중이다.

아시아 선수가 메이저리그 신인상을 받은 건 1995년 투수 노모 히데오(당시 다저스), 2000년 투수 사사키 가즈히로(당시 시애틀 매리너스), 2001년 야수 스즈키 이치로(당시 시애틀), 2018년 투타 겸업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등 총 4명이다. 모두 일본 선수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