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 극적 승리… 18연패 마침표

- 1999년 쌍방울도 17연패 중
- 서스펜디드 경기서 수렁 탈출

‘서스펜디드 게임’의 행운이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를 구했다.

한화는 1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7-6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지난달 23일 NC 다이노스전부터 기록했던 연패는 18연패로 막을 내렸다. 한화는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와 함께 최다 연패 타이 기록팀으로 프로야구 역사에 남게 됐다.

14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서스펜디드 경기에서 9회 말 한화 이글스 노태형이 팀의 연패를 끊은 끝내기 안타를 터트리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한 주 내내 전설의 삼미 슈퍼스타즈를 소환하며 모든 야구팬의 시선이 한화의 경기에 쏠렸다. 19연패냐 연패 탈출이냐 여부는 지난 13일 두산전에서 갈릴 예정이었는데, 한화가 3-4로 뒤진 3회 말 무사 정은원 타석 때 폭우가 쏟아지면서 서스펜디드가 선언돼 하루 늦춰져 판가름 났다.

14일 속개된 경기에서 한화는 4회 말 내야안타와 폭투로 2루에 진루한 양성우가 최재훈의 안타 때 홈으로 들어와 4-4 균형을 맞췄다. 그러나 곧바로 두산은 5회 초 선두타자 김재환이 솔로홈런을 터트려 다시 한 점 달아났다.

하지만 연패를 끊으려는 한화 타자들의 집중력이 빛났다. 7회 말 박한결의 볼넷과 이용규의 몸에 맞는 볼로 만든 1사 1, 2루 기회에서 2번 타자 정은원이 바뀐 투수 이현승을 상대로 2타점 2루타를 뽑아냈다. 6-5로 뒤집은 한화는 곧바로 8회 초 두산 이유찬에게 적시타를 맞아 동점을 허용했지만 9회 말 2사 2, 3루에서 노태형의 극적인 끝내기 안타로 지긋지긋한 연패 사슬을 끊었다.

이번 한화와 두산의 서스펜디드 게임은 통산 8번째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서스펜디드 게임이라는 희소성을 뛰어넘어 한화가 역대 최다 연패의 불명예를 뒤집어쓰느냐, 최다 연패 공동 1위에 머무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경기였다. 특히 이날 경기는 서스펜디드 게임 규정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서스펜디드 게임은 특정한 상황으로 인해 경기를 계속 진행할 수 없을 때 경기를 중단하고 이후 똑같은 상황에서 경기를 재개하도록 만든 규정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코로나19 여파로 정식 경기 요건(5회) 성립 이전에 우천 등의 이유로 경기가 중단되면 이를 노게임으로 선언하지 않고 다음 날 중단된 그 상태로 이어서 경기하는 특별 서스펜디드 게임을 치르기로 했다.

특별한 상황인 만큼, 프로야구 역사에서 서스펜디드 게임이 열린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최다 연패 기록에는 1999년에 이어 두 번째로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두 번 모두 연패를 탈출하는 계기가 됐다. 지금은 해체한 쌍방울 레이더스는 1999년 8월 23일부터 10월 5일까지 17연패(1무)를 기록하며 18연패 기록에 1패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쌍방울은 10월 6일 LG 트윈스와 더블헤더 1차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하고 2차전을 치렀는데, 0-0이던 1회 전주구장의 조명 문제로 경기가 중단되면서 서스펜디드가 선언됐다.

일정 문제로 10월 8일에 재개된 경기에서 쌍방울은 7-5로 승리했다. 앞서 7일 열린 현대 유니콘스전에서 2-3으로 패했지만 서스펜디드 게임의 공식 기록은 경기 시작 시점으로 남는다는 규정에 따라 결과적으로 쌍방울은 6일 LG전에서 승리한 것으로 기록됐다. 한화의 연패 탈출도 13일로 기록됐다.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