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국 내 프로스포츠 올스톱
- 한국야구가 대안될지 관심

높아진 국내 야구의 위상일까, 아니면 코로나19 때문일까.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한국 프로야구에 유례없는 관심을 보인다.

14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인 ESPN이 최근 KBO리그 정규시즌의 미국 내 중계방송 가능 여부를 KBO에 문의했다. KBO 관계자는 “지난주 ESPN이 KBO 해외 판권을 보유한 에이전시에 ‘중계권 협상 문의’를 했다”며 “구체적으로 협상을 한 것은 아니고 문의만 해온 상황”이라고 밝혔다.

미국 전역에 송출되는 ESPN은 최근 꾸준히 KBO리그를 주시했다. ESPN 제프 파산 야구기자는 지난주 롯데 댄 스트레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KBO리그의 준비 상황은 물론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처법을 상세히 전달한 바 있다. 만약 ESPN이 KBO리그 중계권을 따낸다면 한국 야구가 스포츠를 넘어 ‘문화 수출품’이 될 수 있다.

야구 수준을 냉정하게 따지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KBO리그를 크게 앞서는 게 사실이다. KBO리그의 A급 선수들은 트리플A 수준, B급 선수들은 더블A 수준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하지만 최근 김광현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유니폼을 입으며 미국 무대를 밟는 등 최근 몇 년간 미국에 진출한 국내 선수들이 맹활약을 보였기에 10여 년 전보다 위상이 높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MLB에 자리 잡은 한국인 빅리거의 건재도 미국 팬을 홀리기에 충분하다. 올 시즌 MLB 입성 8년 차를 맞는 류현진은 지난 시즌 아시아 선수 최초로 평균자책점(ERA) 타이틀을 따내며 자유계약선수(FA) 대박을 터트려 LA 다저스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둥지를 옮겼고, 16년 차인 베테랑 추신수는 1500안타를 기록하며 한국 야구의 매운맛을 보여줬다. 마침내 잠재력을 폭발시킨 최지만도 눈길을 끈다.

현재 미국은 코로나19 사태가 매우 심각해지고 있다. 프로스포츠가 모두 멈춰선 상황이 KBO에는 호재다. MLB는 정규시즌 개막을 연기했고, 미국프로농구(NBA)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미국프로축구(MLS)는 모두 시즌을 중단했다. 이에 중계할 콘텐츠가 마땅치 않던 ESPN이 KBO리그 중계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야구가 고픈’ 미국 팬에겐 한국 프로야구가 좋은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미국 팬들은 KBO리그를 ‘SNS 짧은 영상’으로만 접했다. 메이저리그 취재 기자들이 한국 팬이나 관계자가 올린 한국 야구의 이색적인 응원, 경기 중에 일어난 해프닝 등을 현지 팬과 공유한 게 전부였다.

미국의 한 야구팬은 MLB네트워크 존 헤이먼 기자의 SNS에 “ESPN이 한국야구를 중계해야 한다”고 썼다. 코로나19 확산 위험으로 단체 훈련을 중단한 MLB와 달리 마스크를 쓰고라도 평가전을 하는 한국이 부럽다는 의미였다.

과정이야 어떻든 확실히 한국 야구를 향한 관심이 과거보다는 높아졌다. 관건은 ‘개막 시점’이다. MLB는 7, 8월 개막도 불투명한 상황이기에 KBO리그 개막이 이르면 이를수록 ESPN이 한국 야구를 중계할 가능성이 크다. KBO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정규시즌 개막일을 오는 21일에 확정하기로 했다. KBO 이사회가 다음 달 초 개막을 확정하면, ESPN의 KBO리그 중계권 협상도 속도를 낼 수 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