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체육회 지원도 장담 못해
- 일단 등급 낮춰 열 계획이지만
- 최악 땐 내년 개최 포기 고려도

오는 5월 부산 금정체육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리는 제18회 부산오픈 국제 남자 챌린저 테니스대회가 ‘예산’ 암초에 부딪혔다. 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비를 확보하지 못해 대회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 테니스의 간판인 정현(126위·제네시스 후원)을 키운 대회가 예산 부족으로 최악의 경우 내년부터 대회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올해 18회째를 맞는 부산오픈 국제 남자 챌린저 테니스대회가 국비를 확보하지 못해 대회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다. 사진은 2015년 제13회 대회 결승전에서 경기 중인 정현. 국제신문DB

19일 부산테니스협회 관계자는 “20일까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 대회 개최비를 내야 하는데 국비(1억5000만 원)가 확보되지 않아 챌린저 최고 등급인 125시리즈(총상금 16만2480달러) 대회 개최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지자체 개최 국제대회 공모 사업’ 심사에 부산오픈 대회 국비를 신청했지만 선정되지 못했다.

당시 14개 시도가 38개 대회를 신청했는데 최종적으로 13개 시도의 22개 대회가 선정됐다. 부산에서는 제15회 부산슈퍼컵 국제요트대회만 지원 대상으로 뽑혔다.

협회 관계자는 “정부 지원 불가 통보를 받고 바로 대한테니스협회에 도움을 요청했다”면서 “하지만 대한테니스협회가 신청한 대한체육회 주최 ‘종목별 국제대회 개최 지원 사업’ 공모 심사에 주니어대회와 서울오픈도 올라가 있어 부산오픈이 이들 대회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려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부산오픈은 1999년 테니스 동호인 모임인 ‘테사모클럽’이 기금을 마련해 시작됐다. 4년 동안 국내대회로 운영한 뒤 2003년부터 국제대회(총상금 2만5000달러)로 발돋움했다. 2004년 부산시가 지원 사격에 나섰고 2017년에는 국고 1억5000만 원을 받아 상금 규모를 키웠다. 부산오픈은 정현이 세계 무대로 진출하는 발판이 된 대회다. 정현은 2015년 부산오픈을 제패하며 본격적으로 세계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ATP에 개최비를 정상적으로 납부하지 않으면 협회에 페널티가 부과되고 이자도 발생한다. 협회는 일단 최고 등급에서 한 단계 낮춰 80시리즈(총상금 4만5000달러)로 신청해 개최비를 지급한 후 대한체육회 공모 심사 결과를 기다릴 예정이다. 공모에 선정되거나 시비가 추가되면 125시리즈로 격상할 방침이다. 하지만 지원 가능성이 작아 내년부터는 대회 중단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김영철 부산테니스협회장은 “20여 년 동안 큰 노력을 기울여 세계적인 대회로 키웠는데 한순간에 위상이 추락할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등급이 떨어지면 세계적인 선수들은 볼 수 없고 대회 이미지도 타격을 입을 것이다. 정부에서 예산 확보에 실패했다면 부산시에서 더 많은 홍보와 지원이 필요한데 조금 아쉽다. 부산시체육회도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부산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현재 대한체육회 주최 ‘종목별 국제대회 개최 지원 사업’ 공모 심사 결과가 이달 안에 나올 예정”이라면서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에 부산오픈의 개최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공모 심사라는 특수성 때문에 결과를 확신할 수 없지만 시 차원에서 대회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신경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

◇ 부산오픈 국제테니스대회 연혁 1997년  부산 테니스동호인 뜻 모아 ‘테사모’ 창립 1999년  부산오픈 창설 1999~2002년  국내 오픈대회로 운영 2003년  ATP챌린저(총상금 2만5000달러)로 격상 2004년~  부산시 후원 및 테니스협회와 공동 주최 2005년  ATP·국제테니스연맹(ITF) ‘올해의 챌린저대회상’ 수상 2013~2014년  총상금 7만5000달러로 증가 2015~2016년  총상금 10만 달러로 증가 2017~2018년  총상금 15만 달러로 증가 2019년  ATP 125시리즈(총상금 16만2480달러)로 격상 2020년  ATP 80시리즈로 낮춰 대회 개최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