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전서도 팀 득점 절반 책임

방출 후 피나는 노력으로 2년 만에 미국프로풋볼(NFL)에 성공적으로 복귀한 한국인 키커 구영회(25·애틀랜타 팰컨스)가 최종전에서도 팀 득점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며 화려하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구영회는 지난 3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의 레이먼드 제임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탬파베이 버커니어스와의 NFL 17주 차 방문 경기에서 경기 종료 3초를 남기고 34야드짜리 동점 필드 골을 터트렸다. 애틀랜타는 연장 승부 끝에 결국 탬파베이를 28-22로 꺾고 4연승으로 시즌을 마쳤다. 구영회는 이날 경기에서 필드 골을 5번 시도해 100% 성공한 것은 물론 보너스 킥 1개를 더해 혼자 16점을 올렸다.

애틀랜타는 막판 4연승에도 올 시즌 7승 9패에 그치며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1승 7패로 바닥을 기던 애틀랜타는 구영회가 합류한 후반기 6승 2패로 완전히 달라진 팀이 됐다. 구영회는 10주 차 경기부터 팀에 합류해 올 시즌 8경기에 나섰다. 그는 26번의 필드 골 기회에서 23번 성공해 88.5%라는 놀라운 성공률을 보였다. 보너스 킥도 16회를 시도해 15번을 성공했다.

사실 구영회가 지난해 11월 11일 뉴올리언스 세인츠와 원정 경기에 복귀했을 때는 그의 활약에 의구심을 품는 이가 많았다. 구영회는 2017년 5월 로스앤젤레스 차저스에 입단했지만 4경기에 나와 6번의 필드골 시도 중 3번 성공에 그친 뒤 그해 10월 방출당하는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구영회는 방출 이후 NFL에서 23년간 활약한 전설적인 키커인 존 카니로부터 노하우를 배우며 실력을 일취월장시켰다.

구영회는 지난해 2월 출범한 미국 신생 풋볼리그인 AAF(Alliance of American Football)에서 애틀랜타 레전드 소속으로 14번의 필드 골 기회를 한 번도 놓치지 않고 100% 성공했다. AAF에서의 활약을 통해 달라진 기량을 입증한 구영회는 결국 애틀랜타와 계약에 성공하며 NFL 재입성의 꿈을 이뤘다.

구영회는 승부와 직결되는 필드 골을 번번이 성공시키며 짧은 기간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뉴올리언스 세인츠와 두 번째로 맞붙은 13주 차 경기에서는 절묘한 온사이드킥으로 미국 전역에서 화제가 됐다. 보통 킥은 자기 진영의 터치다운 존에서 최대한 멀리 상대 진영으로 차는데 온사이드 킥은 자기편이 공을 잡을 수 있도록 살짝 옆으로 차는 것을 말한다. 만약 상대편이 공을 잡을 경우 자기편 터치다운 존과 거리가 더 가까워지는 위험성이 있어 잘 구사하지 않는다. 구영회는 뉴올리언스전에서 3번 연속 온사이드킥을 성공했다.

구영회와 1년 57만 달러에 계약한 애틀랜타는 몸값을 훨씬 뛰어넘는 보상을 받았다. 구영회의 다음 시즌 계약도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