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4경기선 kt만 90패 이상 기록
- 리그 원년 팀에겐 부끄러운 성적
- 전문가도 기대 이하 실력에 한숨

올해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가 144경기 체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한 시즌 90패를 당할 위기에 놓였다. 90패는 승률 3할 중반의 성적을 내야만 가능한 ‘역대급 약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어 롯데가 또 하나의 불명예 기록을 갖게 될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롯데 구단 역사상 최다 패는 2002 시즌 133경기 체제에서 기록한 97패(35승)다.
롯데는 27일 오전 기준 43승 3무 73패로 9위를 기록 중이다. 승률은 3할 7푼 1리로 최하위 한화(3할 7푼)에 불과 1리 앞서 있다. 잔여 시즌 25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현재 승률을 적용해 산술적으로 추정해 보면 롯데의 올 시즌 최종 성적은 52승 3무 89패가 된다.

2015년부터 시작된 144경기 체제에서 롯데의 시즌 최다 패는 2016년 기록한 78패(66승)다. 당시 승률은 4할 5푼 8리였다. 올 시즌은 2016시즌의 기록을 가뿐하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144경기 체제의 구단 최다 패 기록을 넘어 90패 이상 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144경기 체제에서 90패를 넘긴 팀은 kt 위즈가 유일하다. kt는 창단 첫해인 2015년과 2017년 각각 91패와 94패를 기록했다. 당시 kt가 신생팀으로 전력이 완전히 자리 잡기 전이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KBO 리그 원년 팀인 롯데의 90패는 상징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올 시즌 롯데가 리그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팀인 탓에 이를 질타하는 팬들의 목소리도 높다. 장지훈(33) 씨는 “롯데가 올해 창단한 팀도 아니고 고액 연봉자들이 즐비한 팀인데 꼴찌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며 “팬이 많고 구단에서 대우도 잘해주니 선수들이 벌써 배가 부른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부터 부진했던 롯데는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을 앞두고 단장과 감독을 교체하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성적만 놓고 보면 아직 그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시즌 초 줄곧 이어진 연패는 후반기 들어서도 반복됐다. 최근에는 올 시즌 4번째 7연패를 당했다.

40여 일 넘게 단장직을 비워둔 롯데는 여전히 어수선하다. 7연패 중이던 지난 25일에는 경기 전 김종인 사장의 긴급 소집으로 공필성 감독대행을 비롯한 구단 수뇌부들이 2시간 넘게 미팅을 하기도 했다. 구단의 운영 방향과 비전을 조율해야 할 단장이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분위기라면 90패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KNN 이성득 해설위원은 “롯데는 아직 상위권 팀의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감독 교체 후 선수 기용 등에서 변화를 주고는 있지만 남은 경기에서 크게 달라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년은 정말 준비된 팀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