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전 2경기 연속 무안타 호투
- 제구 뛰어나고 삼진 능력도 탁월
- 경험 쌓으면 좋은 마무리 가능성

롯데 자이언츠가 마무리 투수로 ‘박진형 카드’를 내밀었다. 올 시즌 뒷문 불안이 수습되지 않자 양상문 감독이 꺼내든 긴급 처방이다. 1승이 절실한 상황에서 확실한 마무리를 찾기 위한 롯데의 실험이 이번에는 제대로 통할지 주목된다.

부상서 돌아온 박진형. 국제신문 DB

롯데는 2일 오전 기준 팀 세이브 9개로 KBO리그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1위 SK 와이번즈(29개)의 3분의 1 수준이다. 팀 성적 부진으로 세이브 기회가 적었던 탓도 있지만 내용 면에서 보면 마무리의 불안함이 여실히 드러난다. 롯데는 올 시즌 17번의 세이브 기회에서 8번의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세이브 성공률은 52.9%로 꼴찌다. 두 번에 한 번꼴로 다 잡은 승리를 날린 셈이다.

시즌 초 롯데의 뒷문은 붙박이 마무리 손승락이 맡았다. KBO리그 통산 266세이브를 올린 베테랑답게 초반엔 4세이브를 올리며 역할을 다했다. 하지만 지난 4월 18일과 20일 잇따라 블론 세이브를 범하며 2군으로 내려갔다. 손승락은 2주 후 1군에 복귀했으나 중간계투로 자리를 옮기며 마무리 보직을 내려놨다.

롯데는 짧은 기간 구승민과 고효준의 더블 스토퍼 체제를 시도했지만 양 감독은 다시 구승민을 단독 마무리로 기용했다.

구승민은 올 시즌 불펜의 허리를 담당하며 시즌 초반 4경기 연속 홀드를 올리는 등 안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마무리로 자리를 옮긴 뒤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첫 마무리로 나선 지난 4월 24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마무리로 나선 2달간 2세이브와 함께 2블론 세이브도 기록했다. 팀의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상황에서 던져야 하는 심적 부담감이 부진의 원인으로 보인다.

결국 양 감독은 지난달 말 구승민 대신 박진형을 마무리 투수로 교체했다. 양 감독은 “구승민이 마지막에 던진다는 것에 부담감이 있는 것 같다”며 “스스로 구위가 만족스럽지 않은 것 같아 편한 상황에서 던지도록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박진형의 마무리 기용은 현재 롯데 입장에서 최상의 선택이다. 부상을 털고 지난 5월 23일 1군에 합류한 박진형은 1승 3세이브 2홀드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25일 kt 위즈전에서 블론 세이브를 했지만 이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두 경기 연속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2⅓이닝을 무안타로 막으며 1세이브를 기록, 마무리 투수로서 가능성을 보였다.

이전 마무리 투수들에 비해 기록도 괜찮다. 박진형의 피안타율은 2할2푼6리로 구승민(2할9푼3리), 손승락(3할1푼3리)보다 낮다.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역시 1.13으로 구승민(1.81), 손승락(1.72)보다 준수한 성적이다.

KNN 이성득 해설위원은 “박진형이 어깨 부상 이후 구속이 다소 감소하긴 했지만 제구가 좋고 포크볼이라는 무기가 있어 삼진을 잡는 능력도 있다. 마무리 투수로서 좋은 요건을 갖췄다”며 “멘털 측면에서도 자신감이 넘친다. 경험만 더 쌓는다면 좋은 마무리 투수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