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회 투런·만루포 맞고 조기 강판
- 롯데 안방서 4-23 참패 빌미 돼
- 양상문 감독 선발 실험도 빛바래

롯데 자이언츠 양상문 감독이 꺼내든 ‘장시환 선발’ 구상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첫 등판에서 대량 실점하며 선발투수로서의 가능성에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롯데 장시환의 역투 장면. 국제신문 DB

장시환은 지난 27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2차전에 선발 투수로 나섰지만 2⅔이닝 동안 홈런 2개를 포함해 안타 6개와 볼넷 3개를 허용하고 6실점하며 4-23 대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양 감독은 롯데의 선발 시스템에 큰 변화를 줬다. 불펜 자원인 장시환을 선발로 올리는 한편 5선발은 선발 2명이 한 경기를 책임지는 ‘변형 오프너’를 도입했다.

토종 에이스 박세웅의 부상 이탈과 FA(자유계약선수) 노경은의 미합류에 따른 고육지책인 측면도 있지만 장시환 선발 카드는 나름 가능성이 엿보인 전략이었다.

장시환은 150㎞를 넘나드는 위력적인 공을 보유하고 있지만 고질적인 제구력 난조와 멘털에서 문제를 갖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양 감독은 급박한 상황에서 투입되는 불펜보다는 선발로 나서 여유를 갖고 자기 공을 던져보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장시환도 스프링캠프에서 의욕적으로 선발 수업을 받았고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2경기에서 도합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시범경기에서도 평균자책점은 2.25로 준수했다.

하지만 결국 멘털이 문제였다. 부담 없이 던졌던 시범경기 때와 정규리그의 압박감은 차원이 달랐다. 장시환은 예전의 가장 안 좋았던 모습으로 돌아왔다.

2회까지 최고 147㎞의 빠른 공을 앞세워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장시환의 투구에서 올 시즌 확 달라진 김원중의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팀이 1-0으로 앞선 3회 초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선두타자 강민호에게 좌전 안타를 내준 뒤 이학주의 KBO리그 데뷔 첫 홈런(투런)의 제물이 됐다.

순식간에 1-2 역전을 허용한 장시환은 아웃 카운트 2개를 잡아내며 안정을 되찾는 듯 보였다. 그러나 다시 안타 2개와 볼넷 1개로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5번 김헌곤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하고 고개를 숙였다.

고비를 넘기지 못한 장시환은 이후에도 볼넷과 안타, 폭투로 2·3루의 위기에 몰렸다. 전 타석에서 홈런을 친 이학주를 상대로 볼 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서 장시환은 차재용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교체됐다.

장시환이 일찍 무너진 롯데는 이후 차재용 오현택 정성조 이인복 등 불펜진까지 속수무책으로 난타를 당하며 4-23 참패를 당했다.

장시환의 선발 카드가 첫 경기에서 빛을 잃으면서 가뜩이나 선발진이 불안한 롯데는 고민에 빠졌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