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장 이어받은 孫 책임감 막중
- 공수 조율에 후배 독려 도맡아

‘중원의 사령관’ 기성용(뉴캐슬)을 잃은 벤투호의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이 본격적인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원조 캡틴 기성용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팀을 이끌어가는 진짜 주장으로 거듭나야 할 과제를 받아 들었다.

	부상으로 벤투호에서 하차한 기성용이 지난 19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NAS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오른쪽 다리에 테이핑하고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국제신문 DB

기성용은 바레인과의 16강전을 하루 앞둔 21일 UAE(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떠나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햄스트링 부상 회복이 더뎌지며 끝내 대표팀에서 중도 하차한 것이다. 기성용은 지난 7일 조별리그 첫 경기 필리핀전에서 햄스트링에 통증을 느끼며 주저앉았다. 열흘 넘게 휴식과 재활에 집중했고, 지난 18일부터는 패스·슈팅을 시작하며 훈련에 정상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다음날 통증이 다시 도져 끝내 대회를 마칠 때까지 회복하기 힘들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선수 인생에서 마지막 아시안컵이 허무하게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기성용의 낙마는 대표팀에게는 단순한 수비형 미드필더를 한 명 잃은 것 이상의 악재다. 월드컵과 올림픽 등 각종 A매치에 110경기나 출전한 중원 사령관이자 어린 선수들에게는 정신적 지주였기 때문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부임한 후 주장 완장을 손흥민에게 내줬지만 그의 역할은 그대로였다. 손흥민은 “주장 완장을 이어받았지만 내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리더가 옆에 있다”고 할 정도로 기성용을 믿고 따랐다. 어린 선수들도 “기성용이 벤치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며 입을 모았다.

젊은 태극전사들은 의기소침하기보다 선배 몫까지 뛰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조별리그 2, 3차전에 선발 출전하며 기성용의 공백을 메운 황인범(대전)은 “어떤 포지션을 줘도 100% 이상 보여주는 것이 좋은 선수의 능력이다. 항상 내가 가진 것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별렀다.

하지만 기성용이 빠진 벤투호의 키는 결국 손흥민이 쥐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장 16강전부터 팀을 이끌어야 할 손흥민은 기성용이나 박지성 같은 선배들처럼 정신적 지주 역할까지 맡아야 해 진짜 주장으로서 도전에 직면했다. 손흥민은 바레인전에서 공수 전체를 조율하는 에이스로 뛰는 동시에 어린 선수들의 정신력을 다잡는 역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기성용의 단짝이자 베테랑인 이청용(보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건재한 것은 다행이다. 지난 아시안컵에서는 둘 다 부상 불운이 겹치며 중도 하차했다. 특히 이청용은 조별리그에서 숨은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편 이날 기성용은 자신의 SNS에 “하느님 감사합니다. 끝났습니다(THANK GOD IT‘S FINALLY OVER)”라는 글을 올렸다. 대표팀 은퇴를 암시하는 듯한 말이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