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전 4-2-3-1 전형 또 적용
- 자신있는 돌파 대신 백패스 연출
- 어이없는 패스·드리블 미스 연발
- 중국전 실수 최소화 우선 과제로

“손흥민(토트넘)이 합류한다고 해도 플레이 스타일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축구 대표팀의 두 번째 경기도 가시밭길이었다. 하나 된 팀을 향한 원칙과 경기 운영 방식에는 흐트러짐이 없었지만, 실수투성이로 얼룩진 한판승부였다. ‘원팀’을 앞세운 파울루 벤투 감독의 확고한 축구 철학은 “똑같은 옷만 고집한다”는 비판의 경계 지점에 섰다.

	지난 12일 아랍에미리트 알아인 하자 빈 자예드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한국과 키르기스스탄의 경기에서 김민재(왼쪽)가 헤딩으로 첫골을 넣고 있다. 연합뉴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12일(한국시간) UAE(아랍에미리트) 알아인의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키르기스스탄과의 2차전에서 1-0으로 신승했다. 전반 41분 수비수 김민재(전북)의 헤딩이 결승골이 됐다.

	결승골을 넣은 김민재가 경기 종료 후 응원단에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벤투 감독은 지난 필리핀전과 마찬가지로 4-2-3-1 전형을 꺼냈다. 후방 빌드업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높여 팀플레이를 극대화하는 전략이었다. 태극전사들은 이에 화답하듯 개인전술을 자제했다. 측면 수비수 홍철(수원)과 이용(전북)이 오버래핑으로 상대 측면에 깊숙이 진출했지만, 무리한 크로스와 돌파 대신 안정적으로 볼을 돌리거나 2선 공격진의 위치 변화를 통해 공간창출을 노렸다.

후반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교체도 같은 맥락이었다. 벤투 감독은 이승우(엘라스 베로나)를 넣으며 답답한 경기 흐름에 변화를 줄 수 있었지만, 황의조와 스타일이 비슷한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을 투입했다. 선수만 바뀌었지 공격의 틀은 그대로였다. 이청용(보훔)은 경기 직후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감독이 원하는 전술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오늘도 계획된 전술대로 선수들이 움직였다”고 일관된 전술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문제는 벤투호가 아직 실수가 잦고 설익은 원팀이라는 점이다. 23명의 선수는 유럽·중동·동아시아 등 뛰는 리그가 다르고 경기 일정도 제각각인 만큼 몸 컨디션이 들쑥날쑥한 상태다. 틀에 맞춰진 전술에서 이날처럼 어이없는 패스와 드리블 실수가 잦아지자 약체를 상대로도 순식간에 무너질 뻔한 위기가 찾아왔다. 스타일을 지키는 것을 넘어 과하게 집착하는 모습도 엿보였다. 전방까지 공이 연결됐지만, 자신감 있는 돌파나 드리블로 볼 줄기를 잇는 대신 백 패스를 남발했다.

오는 16일 중국과의 3차전에서는 실수를 최소화하는 게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기성용(뉴캐슬)이 부상에서 복귀하고, 손흥민도 합류하면 팀 사기가 크게 오를 수 있다. 선수단의 몸 상태까지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면 16강 토너먼트부터는 경기력이 차츰 위력을 발휘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대표팀이 뒤늦게 발동이 걸리는 ‘슬로 스타터’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