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집수비 막혀 세밀함 부족 노출
- 개인 돌파 못하고 크로스만 남발
- 이승우 활용 공격 다변화 목소리

59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 탈환에 나선 축구대표팀이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진땀을 뺐다. 겨우 승리를 챙겼지만, 시종일관 답답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손흥민(토트넘) 등 테크니션의 부재를 고스란히 노출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공격수 황의조(오른쪽)가 지난 7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필리핀과의 1차전에서 후반 22분 슈팅을 날리고 있다. 슛은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고, 결승골이 됐다. 연합뉴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7일 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리핀과의 2019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1-0으로 이겼다.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결승골이 터지기까지 67분이 걸렸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00위권 밖의 약체를 상대했지만 벤투호의 창끝은 무딜 대로 무뎠다.

벤투 감독은 자신의 축구 철학인 4-2-3-1 전술로 경기에 나섰다. 필리핀은 5-4-1 전술로 5명의 수비 라인을 구축했다. 상황에 따라 수비수를 6명에서 7명까지 늘리는 밀집수비 전략이었다. 예상대로 전반전 벤투호는 촘촘한 중앙 대신 측면 위주로 공격을 풀어 갔다. 김진수 이용(이상 전북) 두 윙백의 활발한 오버래핑과 2선 공격수 황희찬(함부르크)의 저돌적 돌파를 중심으로 상대 측면을 줄기차게 두들겼다.

하지만 측면에서 흘린 땀에 비해 결과물은 미미했다. 윙백들은 전열이 갖춰진 상대 중앙에 무의미한 크로스를 남발했고, 황희찬도 최전방 원톱 공격수 황의조와 콤비 플레이를 시도했지만, 자꾸 엇나가며 세밀함 부족을 노출했다. 2선 공격의 한 축을 담당한 이재성(홀슈타인 킬)도 자신감 있는 개인 돌파보다 공을 돌리며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오히려 중원에서 최전방으로 연결된 찬스가 더 위력적이었다. 전반 30분 정우영이 찔러준 전방 패스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오른발로 컨트롤하며 상대 문전까지 돌파했다. 구자철은 수비 2명을 앞에 두고 민첩한 개인기로 프리킥을 유도했다. 전반 40분에도 황의조가 중원에서 공급된 킬패스를 유려한 터치로 잡은 뒤 반 박자 빠른 슈팅으로 연결했다.

대표팀의 공격은 후반 구자철 대신 이청용(보훔)을 투입하며 겨우 숨통이 트였다. 후반 22분 이청용이 문전으로 킬패스를 찔렀고, 황희찬은 저돌적인 돌파로 황의조에게 낮고 빠른 패스를 연결했다. 황의조는 공을 한 번 잡아 놓은 뒤 시원하게 골망을 갈랐다. 이후 벤투호는 선취골의 흐름을 살려 파상공세에 나섰지만, 기대했던 골 폭죽 대신 승점 3점을 따는 데 만족해야 했다. 스피드와 돌파력을 가진 테크니션 손흥민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경기였다.

대표팀은 오는 12일 조별리그 2차전 키르기스스탄전에서도 거센 밀집수비를 맞닥뜨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기 방식은 상대에 따라 바뀌지 않는다”고 벤투 감독이 말한 것처럼 공격과 수비 전술은 반복될 공산이 크다.

결국 해법은 정교한 창 끝인데 이승우(엘라스 베로나)가 대표팀의 단조로운 공격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승우는 현 대표팀에서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힌다. ‘코리안 메시’라는 별명답게 상대 문전에서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수비 한두 명을 벗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밀집수비를 앞세운 약체를 상대할 때는 되레 단 한 번의 번뜩이는 개인 전술이 해법이 되기도 한다. 창조성을 가진 이승우가 벤투호 2선 공격진의 대안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