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균 22.5득점에 3점슛 리그2위
- 최근 SK전엔 팀 연패 탈출 앞장
- 몸 성한데 없지만 내색 한번 안해
- 새 용병 투입되면 체력부담 줄 듯

프로농구 부산 kt의 ‘스마일 가이’ 마커스 랜드리(33)는 요즘 웃어도 웃는 게 아니다. 발목·손가락 등 어디 하나 온전한 데가 없어 제대로 된 훈련조차 버겁다. 하지만 아픈 내색은 한 번도 하지 않는다. 팀의 주력인 허훈과 데이빗 로건 등의 줄부상이 덮친 팀에서 자신마저 무너질 수 없다는 책임감으로 매 경기 운동화 끈을 동여맨다.

부산 kt의 마커스 랜드리가 지난 2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프로농구 서울 SK전에서 상대의 집중마크를 뚫고 돌파하고 있다. 연합뉴스

살얼음판을 걷듯 상위권 경쟁을 펼치는 kt 서동철 감독은 랜드리의 오른손에 의존한다. 그만큼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내는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랜드리는 “포인트가드부터 센터까지 다 해낼 수 있다”던 입단 출사표처럼 외곽과 골 밑을 가리지 않고 고군분투 중이다.

올 시즌 전 경기에 개근 출장한 그는 평균 22.5점을 림에 꽂고 있다. 25점 이상 넣은 날은 11번이나 되고, 15점 미만으로 부진했던 적은 3경기뿐이다. 리바운드 7.4개 어시스트 3.2개 3점슛 2.3개의 기록이 말해 주듯 전천후 활약이다. 3점슛은 리그 전체 2위다.

노장 축에 속하지만 코트 위를 누비는 시간도 팀에서 가장 길다. 30일 현재 27경기에서 15시간2분을 뛴 랜드리는 열 살 밑 양홍석(21)보다 2시간가량을 더 뛰었다. 올 시즌 최대 위기였던 지난 28일 서울 SK전에서도 37분간 뛰며 23득점 16리바운드로 kt 연패 탈출의 선봉장을 역할을 했다.

하지만 랜드리의 다재다능함이 되레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허훈 김윤태 등 가드진이 초토화되자 랜드리는 볼 배급을 하는 가드 역할까지 맡고 있다. 새 외국인 가드 쉐인 깁슨이 팀에 합류했지만, 서 감독은 되도록 천천히 투입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체력적 부담에도 랜드리의 멀티 능력을 믿는 것이다.

박종윤 부산시농구협회 부회장(전 KNN 해설위원)은 “체력은 슛 성공률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랜드리도 예외가 아니다”며 “랜드리마저 빠지면 kt는 6강 플레이오프(PO) 싸움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랜드리는 31일 밤 11시 창원 LG와의 ‘농구영신’ 매치에도 선발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1위 울산 현대모비스를 제외하고 6개 팀이 치열한 PO 경쟁을 펼치는 탓에 한 경기도 놓칠 수 없는 탓이다. kt는 줄곧 2, 3위를 지키고 있지만 격차는 불과 2.5게임에 불과하다. 연패의 수렁에 빠지면 언제든지 하위권으로 밀릴 수 있는 형국이다.

다행히 원주 DB에서 이적한 최성모가 데뷔전부터 준수한 활약을 펼친 점은 위안거리다. 지난 성탄절 정희원 김우재와 2 대 1로 맞트레이드된 최성모는 SK전에서 8득점 11리바운드로 승리에 기여했다. 골 밑에서 동료들보다 한 발 더 뛰며 궂은일에 앞장선 게 주효했다. 최성모의 활약에 더해 가드 깁슨이 팀 적응을 마치면 랜드리의 체력적 부담은 한결 줄어들 수 있다.

구단은 랜드리가 최상의 경기력을 선보이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kt 관계자는 “랜드리의 컨디션 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국에서 생활 중인 그의 가족을 위해 경기 외적으로도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