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고교 코치에게 대리지도 지시
- 선수들 “훈련 소화 못 해” 하소연
- 음주강요 등 잘못된 습관도 도마
- 시체육회, 스포츠공정위 조사
- “직무 소홀”… 자격정지 2년 징계
- 감독 “끝난 일이니 할 말 없다”
부산 유일의 빙상 실업팀 콜핑이 해체를 선언하면서 A 전 감독이 선수들에게 갑질을 자행했다는 논란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팀과 관련이 없는 후배 코치에게 ‘대리 지도’를 맡기는 등 선수단 관리를 게을리했다는 의혹이 부산시체육회 산하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시체육회는 A 전 감독에게 ‘자격정지 2년’의 징계를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제명·해임보다 약하지만 2년간 어떤 팀도 지도할 수 없는 중징계다.
A 전 감독은 2016년 7월 창단한 콜핑 빙상팀의 초대 사령탑이다.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를 역임했고, 대한빙상연맹의 행정 착오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이 좌절될 뻔했던 노선영(콜핑)을 직접 설득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징계의 주요 내용은 직무 태만이다. A 전 감독이 2017년 무렵부터 지금까지 선수 지도를 불성실하게 했다는 것이다. 콜핑 팀과 아무 관련이 없는 빙상계 후배인 B 코치에게 대리 지도를 맡긴 것이 대표적인 징계 사유다. 중·고생을 가르치던 B 코치는 같은 훈련장(부산 북구빙상장)을 썼던 콜핑 실업팀 선수까지 지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6월 훈련장을 부산 남구빙상장으로 옮기고 나서도 A 전 감독의 직무 태만은 그대로였다. 훈련장 출근이 뜸했고 다른 후배 C 코치가 대리 지도를 맡았다. 콜핑 실업팀과 계약한 젊은 선수들은 제대로 된 훈련을 소화할 수 없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팀마저 해체 결정이 난 상황에서 한창 성장세에 접어진 선수들은 “안정적으로 스케이트만 탈 수 있게 해달라”며 한숨 짓고 있다.
지역 빙상계는 이번 사건을 ‘전명규 사태’의 축소판으로 보고 있다.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전 대한빙상연맹 부회장)는 빙상계 실세로 군림하며 온갖 전횡을 휘둘러 공분을 샀다. A 전 감독도 빙상계에서 가진 권위와 위계 관계를 악용해 후배에게 대리 지도를 맡기고 선수단 관리에도 태만했다는 것이다. 그의 과도한 음주 습관도 입방아에 올랐다. 새벽에 훈련이 예정된 선수에게 음주를 강요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시체육회 관계자는 “콜핑 빙상팀 운영에 시민의 세금이 들어간 만큼 지도자가 무거운 책임감과 공공성을 가졌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부산 대표 실업팀 감독의 위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중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A 전 감독은 이날 국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갑질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자 “딱히 드릴 말씀이 없다. 부산을 떠났고 다 끝난 일”이라고 말했다.
박장군 배지열 기자 general@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