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감독이 사령탑에 앉은 롯데 자이언츠의 핵심 키워드는 ‘깡다구’다. 양 감독의 취임사부터 선수단 관리, 주장 선임, 코칭 스태프 구성까지 ‘근성의 거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의중이 곳곳에 묻어난다.

정신력 무장을 주문하는 양 감독의 강력한 의지가 선수단에 얼마나 흡수될 지가 내년 시즌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양 감독이 주창하는 근성의 야구는 지난 26일 사직구장에서 열렸던 취임식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전 선수단 앞에서 27인 1군 엔트리의 가치를 각인시키며 치열한 경쟁을 주문했다. 양 감독은 “언덕 위에서 여러분을 지켜보겠다. 어떤 방법을 쓰든지 가장 먼저 정상에 오르는 선수가 되도록 투쟁심을 가져달라”며 “27번째 선수가 되지 못해도 다시 올라오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하고 준비하라”고 강조했다.

야구계 대표 덕장이자 지장으로 알려진 양 감독의 이 같은 강렬한 취임 일성은 팀 체질 개선을 겨냥한 측면이 크다. 우승 후보의 전력을 갖췄음에도 실패한 이유 중 하나를 정신력에서 찾은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상승세를 탈 때는 거침없지만 한 번 무너지면 모래성과 같이 한순간에 허물어진다. 이는 시즌 기간뿐만 아니라 경기 중에도 나타나는 흐름이다. 팬들은 선수들의 근성 부재를 ‘롯데스러운 야구’의 원인으로 지목하고는 했다.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정신력과 집중력의 문제로 본 것이다.

실제로 롯데는 올 시즌 투지와 근성이 실종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개막 후 내리 7연패를 당한 뒤 반전을 보여주는듯 하다가도 저조한 경기력에 스스로 발목이 잡혔다. 멘털이 흔들릴 때 속출하는 어이없는 삼진과 실책도 줄을 이었다. 실책은 117개로 리그 1위였다. 가을야구 길목에서 만난 KIA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 티켓 경쟁에서도 막판 뒷심 부족을 노출하며 주저앉았다.

양 감독은 팀의 룰을 어기고 일탈 행위를 할 때에는 실력이나 지명도와 관계없이 전력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추상같은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일부 선수의 일탈이 팀 전체의 정신 무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양 감독은 새로운 주장으로 ‘악바리’ 손아섭을 낙점하며 ‘근성의 DNA’를 팀 전체에 이식하려 한다. 롯데 선수 중 가장 승부 근성이 강한 손아섭은 “전임 주장인 (이)대호 형이 있을 때보다 팀 분위기와 플레이가 나태해 보인다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다. 주장이 된 이상 파이팅 넘치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팀 동료들을 다독이며 가겠다”고 솔선수범의 의지를 보였다.

여기에 공필성 최기문 코치 등도 특유의 끈기를 선수단에 전파할 방침이다. 양 감독은 코치진에 대해 “선수 시절 어려움을 겪어 봤으며 다양한 경험을 가진 유능한 코치진이다. 경기에 뛰든 뛰지 못하든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감독은 겨울 휴식기에 들어가는 선수들에게 정신 무장을 주문하고 나섰다. 그는 27일 국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내일 납회식을 마치면 다음 달부터 겨울 휴식기가 시작된다. 프로 선수들에게 개인 훈련을 해라 말아라 할 수 없어서 독려하는 수준에 그치지만, 겨우내 나태해지지 않도록 철저한 몸 관리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투수·타격·수비 등 담당 코치들이 선수 한 명 한 명과 원포인트 면담을 하고, 시즌 준비를 소홀히 하지 않게 관리하는 식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