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투 감독 6경기 무패 행진 기여
- 대표팀 에이스 기성용 합류 땐
- 내년 아시안컵 정상 노려볼 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 새로운 ‘쌍용 듀오’가 떴다. 호주 원정 2연전을 통해 벤투호의 척추로 떠오른 베테랑 이청용과 이용이 주인공이다.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원조 쌍용’ 기성용(30·뉴캐슬)-이청용(31·Vfl보훔)에 더해 아시안컵을 앞두고 측면 수비수 이용(33·전북)이 새로운 쌍용 대열에 합류했다. 이번 호주 원정에서 보여준 두 쌍용의 활약은 벤투 감독의 축구 철학인 빌드업(골키퍼에서 시작해 수비, 미드필더, 공격진의 섬세한 패스 줄기로 상대의 강한 압박을 벗겨내며 문전까지 전진하는 전술)과도 맞아 떨어져 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청신호를 밝히고 있다.

이청용(왼쪽), 이용

벤투호는 지난 17∼20일 호주 브리즈번을 무대로 펼친 원정 2연전에서 1승 1무의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뒀다. 6경기 연속 무패행진 신기록(3승 3무)이라는 눈에 띄는 결과가 주목을 받았지만, 빌드업이라는 팀의 철학과 스타일을 지키며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는 데 더욱 의미가 크다. 벤투 감독도 지난 20일 우즈베키스탄전 완승 뒤 무패 기록엔 담담한 반응 보였지만 “경기를 지배했고, 현재 우리가 가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내용에는 만족감을 표했다.

이번 원정에서 벤투호만의 축구를 보여주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선수는 이청용이다. 반년 만에 대표팀 복귀해 완숙함과 노련미를 동시에 선보였다. 두 경기 모두 2선 공격수로 뛰며 깃털처럼 가벼운 몸놀림을 선보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튼 원더러스에서 전성기를 달리던 시절의 폼이었다.

특히 이청용은 우즈베크전에서 윙백 박주호와 환상적인 측면 호흡을 선보이고 후방까지 내려와 중원 빌드업을 직접 전개하는 등 베테랑의 품격도 뽐냈다. 후배들의 득점을 묵묵히 뒷받침하며 클래스를 입증한 것이다. 소속팀 활약에 이어 대표팀에서도 부활한 이청용은 내년 아시안컵 엔트리 구성을 앞둔 벤투 감독에 행복한 고민을 안겼다.

대표팀의 맏형 이용도 2경기 모두 풀타임 출전하며 부동의 오른쪽 윙백으로 펄펄 날았다. K리그 최고 풀백인 이용은 안정적인 수비력에 더해 적극적인 오버래핑과 정확한 크로스로 굳건한 입지를 다졌다. 특히 우즈베크전 ‘택배 크로스’는 백미였다. 전반 9분에 터진 남태희의 선취골은 이용의 정확한 크로스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이용은 벤투호의 측면 빌드업도 주도했다. 측면의 시작점을 맡아 공수를 활발히 오가며 중앙과 2선에 볼을 공급했다. 벤투 감독의 빌드업 철학에 가장 적합한 선수로 꼽힐 만한 활약이었다. 실제 이용은 벤투호가 치른 A매치 6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다. 경기를 거듭할 수록 노련미까지 더해가는 이용은 2015 아시안컵 때 차두리가 보여준 역할을 재현할 수 있는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내년 1월 아시안컵을 앞두고는 대표팀 에이스 기성용까지 벤투호에 합류한다. 베테랑 3명의 ‘용’이 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정조준한다.

박장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