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부천전서 동점골 맹활약
- 유료 관중, 시즌 초보다 4배↑
- “1부 승격이 가장 시급한 문제”

지난 16일 K리그2(2부리그) 부산 아이파크-부천 FC전이 열린 부산 구덕운동장. 평소엔 잘 보이지 않던 소녀팬이 눈에 띌 만큼 많았다. 이날 유료 입장객은 4472명으로 1000~1500명 선이던 시즌 초반보다 4배 이상 늘었다. 소녀팬들의 시선은 한 선수에 꽂혔다.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탄성이 터져 나왔다. 부산이 0-1로 뒤진 후반 24분 그가 동점골을 터뜨리자 관중석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부산의 새 아이콘으로 떠오른 김문환(23)의 복귀전 장면이다.

	부산 아이파크 김문환이 지난 16일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2 부천 FC전에서 동점골을 성공시킨 후 하트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문환은 이날 왼쪽 측면 공격수(윙 포워드)로 선발 출전했다.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과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에서 측면 수비수(윙백)로 활약했던 그가 오랜만에 ‘본업’으로 돌아온 것이다. 철저하게 분업화가 이뤄진 현대 축구에서 한 선수가 클럽팀과 A대표팀에서 다른 포지션을 소화하는 건 보기 드물다. 김문환이 ‘별종’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가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아 다음 달 A매치에 소집된다면 다시 윙백으로 뛸 가능성이 크다.

김문환의 장점은 뛰어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왕성한 활동량이다. 아시안게임에서도 김문환은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공격에 적극 가담하는 ‘멀티 플레이어’ 자질을 과시했다. 흡사 ‘산소 탱크’ 박지성을 연상케 한다. 다른 점이라면 박지성이 데뷔 초기 윙백으로 시작해 윙 포워드로 변신한 것과 달리 김문환은 윙 포워드에서 윙백으로 전환한 것이다.

김문환은 17일 “처음에는 (수비수로 뛰는 게) 약간 어색했는데 지금은 어느 포지션이든 상관없다. 감독님이 원하는 역할을 잘 소화하는 게 선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부산은 최근 4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정규리그 8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1위 성남과의 승점 차가 9점이나 벌어져 있다. 김문환의 역할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최윤겸 감독은 김문환에게 수비보다는 공격적인 역할을 더 강조했다. 최 감독은 “(김)문환이가 아시안게임과 A매치를 경험하면서 한층 성장했다. 전술 소화는 물론 공에 대한 반응 속도도 향상됐다. 원래 좋았던 체력도 더 강해진 것을 느꼈다”며 “남은 경기에서 김문환을 주로 측면 공격수로 기용해 득점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김문환 역시 자신에게 쏠린 기대와 관심을 무겁게 받아들였다. 그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나 A대표팀 발탁도 큰 영광이지만 지금은 팀의 1부리그 승격이 가장 큰 과제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전승해야 한다. 다음 경기에도 많은 팬이 찾아주신다면 더욱 힘을 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김문환은 부천과의 경기를 마치고 1시간30분이 지나서야 ‘퇴근’할 수 있었다. 팬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는 데 그만큼 시간이 걸렸다. 부산 구단도 때아닌 ‘관중 특수’에 발맞춰 다양한 마케팅을 준비 중이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