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대회 금메달 13개 획득
- 5개국 소속으로 출전 특이 이력
- 한국팀 막내 여서정과 27살 차

유연성과 근력이 생명인 체조선수들은 보통 20대 후반에 은퇴한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에선 43살의 여자 선수가 뜀틀 위를 비상한다. 우즈베키스탄의 ‘전설’ 옥사나 추소비티나(사진)가 주인공이다.

이미 추소비티나는 세계 체조계가 알아주는 유명인이다. 지난해 현역 신분 최초로 국제 체조 명예의전당에 입회했다.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부터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 7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첫 체조인이기도 하다. 그가 AG 2개를 포함해 메이저 대회인 올림픽·세계선수권대회·월드컵·유럽선수권대회에서 지금까지 획득한 금메달만 13개에 달한다.

자신의 이름을 딴 기술을 국제체조연맹(FIG) 채점 규정집에 5개나 올려놓았다. 그중 2개가 도마이다.

추소비티나의 인생은 5번이나 각기 다른 국기를 유니폼에 붙였을 만큼 기구했다. 지금의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그는 옛 소련 소속으로 15살이던 1990년 굿윌게임에 출전해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소련이 해체되자 1992년 세계선수권대회에는 독립국가연합(CIS) 소속으로 나섰다.

이후 고국인 우즈베키스탄 국기를 달았다가 2002년 백혈병 진단을 받은 아들 알리셔(19)의 치료를 위해 독일 국적을 취득했다. 귀화 절차를 거쳐 2008 베이징올림픽부터 2012 런던올림픽까지 독일 선수로 활약했다. 알리셔가 백혈병 완치 진단을 받자 다시 우즈베키스탄 국적을 되찾았다.

39세이던 2014년 추소비티나는 인천AG 도마 종목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어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자카르타에서 추소비티나와 경쟁할 한국 체조팀의 막내 여서정(경기체고)은 이제 만 16세다. 추소비티나보다 무려 27살이 어리다. 이제 추소비티나에게 메달 색깔은 중요치 않다. 세계 체조인들이 그의 출전 자체에 영감을 얻고 진한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