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경기 연속 무득점으로 부진
- 골키퍼 실수 겹치며 팀 완패
- 감독 “동료가 재능 흐려” 논란
- 3차전서 이겨야 16강 가능

유효슈팅 0. 두 경기 득점 0. ‘신’이 ‘인간계’로 추락했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이야기다. 이번에도 ‘국가대표 징크스’에 발목이 잡혔다. FC 바르셀로나에선 펄펄 나는 그가 조국을 대표해 뛸 때면 이상하게 ‘평범’해진다. 메시는 ‘GOAT(greatest player of all time) 논쟁’으로 불리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와의 1인자 경쟁에서도 한발 뒤처지게 됐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왼쪽)가 22일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경기장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D조 2차전에서 0-3으로 패하자 허탈해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아르헨티나가 22일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D조 2차전에서 크로아티아에 0-3으로 대패했다. 1차전에서 아이슬란드와 1-1로 비겼던 아르헨티나는 나이지리아와의 3차전을 무조건 잡아야 16강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1차전에서 나이지리아를 2-0으로 꺾은 크로아티아는 승점 6을 확보해 ‘죽음의 조’에서 가장 먼저 16강 티켓을 손에 넣었다.

아르헨티나는 슈팅 수 10-15(유효슈팅 3-5)로 크로아티아에 뒤졌다. 패스 정확도도 81%에 그쳤다. 전반에는 유효슈팅이 아예 없었다. 첫 유효슈팅은 후반 8분(세르히오 아구에로)에야 나왔다. 메시는 90분 동안 슈팅 1개만 기록했다. 유효슈팅은 제로였다.

첫 실점은 어이없게 나왔다. 크로아티아 안테 레비치는 후반 8분 수비수의 백패스를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아르헨티나 골키퍼 윌프레도 카바예로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백패스를 받은 카바예로가 찬 공이 빗맞는 바람에 레비치 앞에 떨어진 것이다. 레비치는 발리슛을 하듯 오른발 강슛으로 멋지게 골문을 흔들었다. 후반 35분에는 루카 모드리치의 중거리슛이 그림처럼 빨려 들어갔다. 이반 라키티치는 후반 추가 시간 카바예로가 어정쩡하게 골문을 비운 사이 3번째 득점을 올렸다.

아르헨티나는 몸싸움을 마다치 않고 중원부터 거세게 압박한 크로아티아 수비에 밀려 고전했다. 아이슬란드전에서 11번 슈팅을 한 메시는 이날은 개점휴업 상태였다. 크로아티아 수비가 자신에게 파울을 3번만 할 만큼 집중 견제를 하지 않았는데도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찬스도 만들지 못했다.

호르헤 삼파올리 아르헨티나 감독은 경기 직후 “아르헨티나 동료들이 메시의 재능을 흐리고 있다”고 말했다. 자칫하면 메시를 제외한 나머지 22명의 선수에 책임을 돌리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말이다. 삼파올리 감독은 “우리는 메시에게 패스하지 못했다. 크로아티아가 강력하게 차단했다. 모든 게 내 책임이다. 팬들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메시는 호날두와 함께 발롱도르를 5번 받았다. 반면 국가대항전인 월드컵과 코파 아메리카에선 한 번도 정상에 서지 못했다. 호날두는 포르투갈을 유로 2016 우승으로 이끌었다. 메시가 러시아에서도 조기에 짐을 싼다면 ‘클럽용 선수’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외신들도 메시에게 싸늘했다. 영국 일간 익스프레스는 ‘GOAT 논쟁이 끝났다’ 기사에서 “스페인·모로코전에서 4골을 폭발한 호날두가 ‘최고의 선수’에 등극했다”는 SNS 이용자들의 반응을 소개했다. 한 이용자는 “클럽팀에선 동전 던지기까지 해야 호날두가 약간의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대표팀에서 호날두는 몇 마일이나 메시에 앞서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호날두는 포르투갈을 16강으로 이끈다. 메시는 아르헨티나를 공항으로 이끈다”는 조롱도 있었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