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110㎞ 뛰고 멕시코 106㎞

- 태극전사 특유의 투혼 실종 지적
- 사우디 상대로 118㎞ 뛴 러시아
- 5-0 대승 거두며 신바람 일으켜

“투혼이 안 보인다.” “왜 전봇대처럼 서 있나.” “약팀이 강팀보다 더 안 뛰는 것 같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이승우(오른쪽)와 김민우가 20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로모노소프 스파르타크 훈련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와 스웨덴의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1차전을 지켜본 전문가 반응이다. 부산 아이파크 최만희 대표는 “한 발 더 뛰면서 상대를 거세게 압박하는 투지와 승리에 대한 의지가 전술보다 더 중요하다”고 아쉬워했다. 실제로 태극전사들이 1차전에서 뛴 거리는 32개국 가운데 20위에 그쳤다.

반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0위인 개최국 러시아는 최장 거리를 뛰며 2연승을 챙겼다. 오는 24일 0시 멕시코와 운명의 2차전을 갖는 신태용호가 어떻게 해야 승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통계다.

■뛰고 또 뛰어야 승리 보인다

이동 거리는 박지성 SBS 해설위원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뛸 때 ‘부지런함’을 보여주는 통계로 주목받았다. 21일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스웨덴전에서 한국의 이동거리는 103㎞였다. 스웨덴(102㎞)과 비슷했다. 멕시코는 독일과의 1차전에서 106㎞를 뛰어 32개국 가운데 13위에 올랐다. 멕시코에 선제골을 내준 독일도 활동량을 늘려 110㎞(5위)를 뛰었으나 역전에 실패했다.

가장 부지런한 팀은 러시아였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개막전에서 118㎞를 뛰었다. 결과는 5-0 승리. 러시아는 이집트와의 2차전에서 보여준 활동량도 115㎞에 달했다.

우루과이와 이집트는 A조 1차전에서 각각 111㎞와 112㎞를 뛰는 혈투를 벌였다. 두 팀 합계 활동량이 가장 많았던 경기다. 최소 이동 거리는 H조 콜롬비아(93㎞)가 기록했다. 일본전에서 전반 3분 한 명이 퇴장당한 탓에 32개국 중 유일하게 100㎞를 넘지 못했다.

이란은 모로코전에서 극단적인 수비를 하며 100㎞만 뛰고도 승리를 챙겼다. 스페인과의 2차전에선 106㎞를 뛰었다.

■30도 무더위 견딜 체력이 관건

태극전사들에게 또 하나의 변수가 생겼다. 30도가 넘는 더위다. 우리나라가 멕시코와 격돌하는 로스토프나도누는 F조 3경기가 열리는 도시 중 가장 남쪽에 자리한 항구도시다.

6·7월 평균 기온이 섭씨 영상 22.2도로 러시아월드컵이 개최되는 11개 도시 중 가장 높다. 요즘 한낮 최고 기온이 33도에서 34도까지 올라간다. 습도는 높지 않은 반면 햇빛이 강하다. 평균 기온이 17도 안팎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신태용호 입장에선 부담이 된다. 스웨덴과의 1차전이 열린 니즈니노브고로드도 평균 17도 안팎이었다.

다행히 경기 시간이 오후 3시가 아닌 6시여서 열기가 조금 덜하다. 그래도 기온은 30도 안팎이 될 것으로 예보됐다. 지난 18일 독일-멕시코전(0시)보다 21시간 늦은 밤 9시 스웨덴전을 치른 우리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하다가 더위와 맞닥뜨리는 태극전사들과 집단 감기를 앓았던 ‘아즈텍 전사’들의 맞대결에서 컨디션 관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