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써도 불안, 안 쓰자니 대안 없어

- “묻지마 크로스 남발 그만하고
- 김신욱 통해 득점기회 살려야”
- 전문가, 손흥민과 투톱 가능성

“써도 불안하고 안 쓰자니 대안이 마땅치 않고….”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로모노소프 스파르타크 훈련장에서 멕시코전에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다. 왼쪽 두 번째가 김신욱. 연합뉴스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멕시코와의 2차전을 앞둔 신태용 국가대표팀 감독이 ‘김신욱 딜레마’에 빠졌다.

신 감독은 지난 18일 스웨덴전에서 김신욱을 최전방 중앙에 세우고 좌우에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잘츠부르크)을 배치하는 스리톱 전술을 구사했다. 결과는 0-1 패. 유효슈팅은 하나도 없었다. 197㎝의 장신 김신욱(전북)은 슈팅이 1개에 그칠 정도로 고전했다.

사실 김신욱은 신 감독이 멕시코전을 염두에 두고 발탁한 공격 옵션이다. 키가 상대적으로 작은 멕시코 선수들을 상대로 제공권을 확보하려는 차원이었다. 장신 수비수가 즐비한 스웨덴전에서는 후반 ‘조커’로 기용될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신 감독은 김신욱을 스웨덴전에 선발로 내세웠다. 스웨덴 프로리그 경험이 있는 문선민(인천)은 벤치를 지켰다. 역시 스웨덴전의 ‘비밀병기’로 꼽은 이승우(베로나)도 후반 막판 교체 출전했다.

신 감독의 ‘김신욱 카드’는 효과를 내지 못했다. 공격 전환 때는 스피드가 떨어졌다. 공간을 창출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공중볼을 황희찬과 손흥민에게 떨어뜨려 슈팅 기회를 만들어주는 역할도 거의 없었다. 신 감독이 김신욱을 멕시코전에 다시 쓰기에 부담을 갖는 이유다.

문제는 우리 대표팀에 김신욱을 대체할 만한 ‘조커’나 장신 공격수가 없다는 점이다. ‘플랜 A’인 손흥민·황희찬 투톱 카드가 멕시코 수비진에 막히면 김신욱 투입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김신욱의 ‘키’가 통한다는 보장은 없다. 멕시코는 지난 18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에게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독일의 장신 선수인 사미 케디라와 마리오 고메스(이상 189㎝)도 별다른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신 감독에게 김신욱은 쓰자니 불안하고, 안 쓰자니 대안이 없는 ‘계륵’인 셈이다.

만약 신 감독이 멕시코전에 김신욱을 투입하려면 활용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신문 해설위원인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 최만희 대표는 “김신욱은 원래 혼자 찬스를 만들어내 해결하는 유형의 선수가 아니다. 동료들의 지원과 확실한 전술적 움직임이 뒷받침돼야 득점할 수 있다”면서 “김신욱을 향해 ‘묻지마 크로스’를 남발할 게 아니라 주변에서 동료들이 상대 수비를 분산시키고 김신욱을 통해 파생되는 찬스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 해설위원은 김신욱이 만약 멕시코전에서 뛴다면 스리톱이 아닌 투톱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표팀 선수들은 투톱을 기반으로 한 4-4-2 전술에 가장 익숙하다. 김신욱이 스리톱의 가운데에 서면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 손흥민과 김신욱을 투톱으로 세우고 황희찬이 공간을 여는 작전이 나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