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독일을 1-0으로 꺾은 멕시코의 비밀병기는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의 ‘비밀 수첩’이다. 오소리오 감독은 ‘프로페’(멕시코어로 교수)라는 별명처럼 치밀한 전략가로 알려져 있다. 독일전에서도 다양한 전략이 적힌 수첩을 수시로 들여다봤다. 또 독일의 강한 미드필더진에 대항하기 위해 수비를 뒤로 내리고 측면에 빠른 선수를 배치하는 ‘카운터 어택’ 전술로 대어를 낚았다.

콜롬비아 출신의 오소리오 감독은 짧은 현역 생활을 접고 운동생리학을 전공했다. 2015년 멕시코 사령탑에 선임됐다. 당시 멕시코는 ‘자고 나면 감독이 바뀐다’고 할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그 역시 2016년 코파 아메리카에서 멕시코가 칠레에 0-7로 패하자 사임 압박에 시달렸다. 반면 선수들은 감독을 신뢰했다. ‘치차리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30)는 최근 인터뷰에서 “나는 오소리오 감독과 같이 우리보다 한 차원 높은 시야를 가진 사람들을 천재라고 부른다”고 호평했다. 실제로 오소리오 감독은 파격적인 전술가로도 유명하다. 경기 내내 스리백과 포백의 유동적인 전환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매 경기 상대에 맞춘 라인업을 들고 온다. 외신들은 독일이 별다른 전술 변화없이 무기력하게 무너지자 “혹시 세계챔피언 보신 분 있나요? 모스크바에는 없었답니다”고 비아냥댔다.

아이슬란드 역시 철저한 준비로 리오넬 메시가 버틴 아르헨티나와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골키퍼 하네스 할도르손은 “메시가 그동안 찬 페널티킥을 대부분 조사했다. 결국 메시가 어느 쪽으로 공을 찰지 예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시아 국가로는 첫 승리를 거둔 이란의 준비도 철저했다. B조 첫 경기에서 모로코를 맞아 경기 내내 끌려다닌 이란은 후반 추가시간 상대 자책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일방적으로 밀린 것도 전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로코를 주의 깊게 연구했더니 초반에 강하게 나오더라. 그래서 초반에 모로코 공격을 철저히 막아 힘을 빼려 했다”고 설명했다.

약팀만 ‘맞춤형 전술’을 연구하는 건 아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이 ‘역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전술을 구사할 것”이라며 “잉글랜드를 또 하나의 서유럽 국가처럼 변신시키는 게 그의 목표”라고 보도했다.

한마디로 말해 ‘뻥 축구’에서 벗어나 서유럽의 전술을 채용했다는 것이다. 유연하고 섬세한 스리백을 장착한 것이나 공수를 모두 잘하는 미드필더를 선발하는 대신 공격형과 수비형 미드필더로 역할을 엄격히 제한한 것도 북유럽의 성공 전략을 모방한 것이라고 FT는 설명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변화를 택한 건 잉글랜드가 명성에 맞지 않게 부진했기 때문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선 1무 2패 최하위로 탈락했다. 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