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공정정보 입수금지’ 규정위반
- 비판여론 확대 … LG “잘못 인정”

LG 트윈스가 상대 배터리의 사인을 훔친 구체적인 증거가 포착돼 그라운드가 시끄럽다. 상대 포수의 사인을 알면 도루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야구 전문가들은 “도루 성공 확률이 엄청나게 높아져 경기 흐름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한다.

현역시절 3차례 도루왕을 차지한 이순철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직구는 투구 동작에서 포수가 공을 잡을 때까지 1.3초가량 걸린다. 커브나 체인지업은 1.5초가량으로 늘어난다”라며 “타자가 0.1초만 빨라도 도루 성공 확률이 대폭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타자에게 투수의 구종을 미리 알려주는 ‘시드 배팅’ 훈련을 하면 타율이 7할 이상으로 올라간다. 주자가 투수의 구종을 미리 알면 도루 성공률이 올라가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LG는 지난 18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에서 3-4로 패했다. LG는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더그아웃 통로 근처 벽에 KIA 배터리의 사인을 분석한 내용을 A4 용지에 적어서 부착했다.

‘KIA 구종별 사인’이라는 제목의 A4용지에는 우타자 기준 몸쪽과 바깥쪽을 포함해 커브·슬라이더·체인지업(포크볼 포함)에 관한 사인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예를 들어 포수가 검지와 중지를 함께 내밀면 커브를 던지라는 사인이라는 것이다.

프로야구에서 ‘사인 훔치기’는 일상화됐다. 그러나 선수단 전체가 볼 수 있는 곳에 상대 사인을 분석해 붙인 사례가 적발되기는 처음이다.

논란이 커지자 LG는 잘못을 시인했다. 주자의 도루를 돕기 위한 것이었다고 인정했다. LG 측은 “전력분석원이 전달한 정보에 주자의 도루에 도움을 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분명 잘못된 것이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LG의 이러한 ‘사인 훔치기’는 명백한 KBO리그 규정 위반이다. KBO리그 규정 제26조 불공정 정보의 입수 및 행위 금지 조항을 살펴보면 1항에 “벤치 내부나 베이스코치·주자가 타자에게 상대 투수의 구종을 전달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나와 있다. 2항 역시 전자기기 사용을 금지하면서 “경기중 외부로부터 기타 정보전달 금지”라고 명시돼 있다. LG가 1·2항을 모두 위반한 셈이다.

KBO 측은 “이르면 내일(20일) 상벌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LG 구단의 행동은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나고 공정성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