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금 1위·세계랭킹 3위로 도약
- 린드베리, 생애 첫 메이저 제패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 8차 연장전이 열린 3일 새벽. 파4인 10번 홀에서 페르닐라 린드베리(32·스웨덴)가 두 번째 샷을 홀에서 7.5ｍ 떨어진 곳에 떨어뜨렸다. ‘골프여제’ 박인비(30)는 홀에서 3ｍ까지 바짝 붙였다. 먼저 퍼팅을 한 린드베리의 공은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반면 박인비의 퍼팅은 홀컵 왼쪽으로 살짝 흘렀다. 박인비의 통산 20승이 날아간 순간이었다.

박인비(오른쪽)가 3일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자 페르닐라 린드베리(왼쪽)를 끌어안고 있다. 박인비는 1박 2일동안 진행된 8차 연장전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AP연합뉴스

박인비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미션 힐스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시즌 첫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전날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를 기록한 박인비는 린드베리·제니퍼 송(29)과 연장전에 돌입했다. 3차 연장에서 제니퍼가 먼저 탈락했다. 4차 연장까지 승부가 나지 않자 이날 5차 연장전부터 경기가 재개됐다. 10번(파4)·17번(파3)·18번(파5) 홀을 돌면서 이어진 5~7차 연장전에서 박인비와 린드베리는 나란히 파를 기록하며 맞섰다. 결국 다시 10번 홀로 옮겨 진행된 8차 연장전에서 승부가 갈렸다.

박인비는 최근 2년간 허리·엄지손가락 부상에 시달렸다. 2016년 무관에 그치더니 지난해에는 1승만 거둔 채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절치부심한 박인비는 ‘일자형 퍼트’로 바꾸고 출전한 지난달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정상에 오른 데 이어 메이저 대회 준우승까지 차지해 ‘여제의 귀환’을 알렸다.

이날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박인비는 펑산산(중국) 렉시 톰슨(미국)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또 이번 시즌 상금 순위 1위(48만221달러)로 올라섰다.

린드베리의 ‘인생역전’도 큰 관심을 모았다. 린드베리는 192차례 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2부 투어나 유럽여자투어(LET)까지 합치면 250여 개의 대회에 나섰지만 ‘톱 10’에 든 적도 거의 없는 무명에 가까운 선수다.

린드베리는 메이저 통산 7승에 빛나는 박인비와의 연장 맞대결에서도 자신만의 루틴을 지키며 생애 첫 우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이뤄냈다. 린드베리는 “이제 제 실력을 의심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웃었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