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전 후보군 아직 옥석 못가려”

짧은 스프링캠프에 이른 개막. 여기에 3차례 시범경기 취소까지. 거인의 2018시즌 준비 과정이 험난하다.

롯데 자이언츠 조원우 감독은 21일 사직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KIA 타이거즈와의 마지막 시범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자 한숨을 쉬었다. 8번의 시범경기 중 5경기만 치르고 정규시즌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5일에는 두산전이 비로 취소됐다. 지난 20일 KIA전도 강풍 탓에 4회 노게임이 선언됐다.

조 감독은 “실전 경기감각 향상은 물론 유망주를 테스트할 기회가 그만큼 줄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된 2차 스프링캠프에서도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예정된 6번의 연습경기 중 두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와 KIA가 가장 적은 시범경기를 치렀다”면서 “주전 후보군의 옥석을 가리려면 몇 경기라도 더 치러봤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입맛을 다셨다.

실제로 국가대표급 외야진으로 불리는 전준우·민병헌·손아섭도 시범경기 초반 타격감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뒤를 받칠 후보들의 출전 기회도 적었다. 외야 백업 자리를 노리는 조홍석은 시범경기에서 타석에 두 번밖에 못 섰다. 나머지는 대주자나 대수비로 잠시 나서다가 최근 2군행을 통보받았다. 감독 앞에서 눈도장을 찍고 싶었던 백업 선수들은 특히 날씨가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강민호(33·삼성)의 이적으로 무주공산이 된 ‘안방마님’ 후보군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조 감독은 시범경기 초반 나원탁·나종덕·김사훈·강동관을 돌아가며 선발로 기용했다. 지금까지 나원탁이 노게임이 선언된 KIA전을 포함해 22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강민호에 이어 가장 많은 경기에 출장한 김사훈은 시범경기에서 불과 4이닝만 포수 마스크를 썼다.

정규시즌까지 투구 수를 끌어 올려야 하는 투수도 상황은 비슷하다. 개막전 선발이 예고된 펠릭스 듀브론트만 두 경기(9이닝)에 나섰고 브룩스 레일리나 송승준 김원중은 한 차례씩만 선발 등판했다. 대만 2군(퓨처스) 캠프에서 몸 상태를 끌어올리던 조정훈·윤길현은 시범경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차명석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시범경기 축소와 어느 해보다 이른 개막 시점이 시즌 초반 변수가 될 것”이라면서 “선수들이 야간 경기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한 것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롯데는 충분히 공을 던지지 못한 투수들을 다음 달 3일 개막하는 퓨처스리그에 내세우는 것도 검토 중이다. 올해 프로야구 정규시즌은 역대 가장 이른 오는 24일 개막한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