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드베데바에 1.31점 차로 앞서
- “인공지능같이 정확한 연기” 평가

‘여제 대관식’의 주인은 신예 알리나 자기토바(16)였다. 세계랭킹 1위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19)는 간발의 차로 눈물 흘렸다.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인 알리나 자기토바가 2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환상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기토바는 2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56.65점을 받아 총점 239.57점으로 1위로 올랐다. 역시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인 메드베데바(238.26점)와의 차이는 1.31점에 불과했다.

자기토바는 세계신기록인 82.92점을 받은 쇼트에 이어 이날도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치며 메드베데바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OAR 소속인 에테리 투트베리제(가운데) 코치가 23일 경기를 마친 알리나 자기토바(왼쪽)와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를 안아주고 있다. 투트베리제 코치는 두 선수 모두를 지도했다. 연합뉴스

메드베데바는 프리(156.65점)에서 자기토바와 같은 점수를 받았으나 쇼트(81.61점)에서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2위에 자리했다. 동메달은 캐나다의 케이틀린 오스먼드(231.02점)가 차지했다.

5살 때 피겨를 시작한 자기토바는 지난해 국제빙상경기연맹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을 제패하며 ‘신성’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러시아선수권에서 메드베데바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그는 지난 1월 러시아선수권에선 메드베데바를 누르고 정상에 섰다.

두 요정은 이날 ‘세기의 대결’에 걸맞게 환상적인 연기로 은반을 녹였다. 자기토바는 난도 높은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비롯해 7개의 점프 과제를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성공했다. ‘인공지능처럼 정확하고 차가운 연기’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대부분의 점프를 가산점이 붙는 후반에 배치하는 전략으로 효과를 봤다. 발레할 때 입는 튀튀를 연상시키는 의상으로 생동감을 높였다.

메드베데바 역시 우아한 연기로 자기토바에 밀리지 않았으나 쇼트에서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어린 나이에도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자기토바는 마지막 메드베데바 연기가 끝나고 자신의 우승이 확정되자 울먹이기도 했다.

한국 여자 싱글의 간판 최다빈(18)도 이날 기술점수 68.74점과 예술점수 62.75점을 합쳐 131.49점을 받았다. 쇼트(67.77점) 점수와 합친 총점 199.26점을 받아 당당히 종합 7위에 올랐다.

모친상과 발에 맞지 않는 부츠 문제에다 부상까지 겹악재에 시달렸던 최다빈은 모든 어려움을 딛고 김연아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부상했다.

함께 출전한 김하늘(16)도 종합 13위(총점 175.71점)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자신의 최고기록인 121.38점을 받았다. 올해 고등학생이 되는 김하늘은 한계를 뛰어넘은 연기에 만족한 듯 왈칵 눈물을 쏟았다.

평창=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