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상인 두쿠르스 정말 대인

- 금메달 차지 미안하다 했더니

- 현 상황 즐기라 하더라고요

- 내년 세계선수권서도 1위 목표”

“정말 열심히 잘하면 앞으로 10년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24·강원도청)이 10년 동안 ‘윤성빈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21일 평창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내년 2월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이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세계선수권까지 우승한 적이 없다. 내가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성빈은 평창올림픽에 출전한 남자 스켈레톤 선수 30명 중 가장 어린 축에 속한다. 2022 베이징올림픽뿐 아니라 그다음 4년도 바라볼 수 있다. 그는 “선수 생명은 개인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잘 관리했다”고 말했다.

한국 썰매 종목 첫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매일 바쁜 나날을 보낸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몰려 사인을 해주기 바쁘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도 윤성빈은 사진을 찍느라 한참 동안 떠나지 못했다.

그를 초청하는 곳이 많아 작은 소원이던 ‘휴대전화 꺼놓고 잠만 자기’도 아직 마음껏 하지 못했다. 윤성빈은 “사실 (금메달리스트로서 일정을 소화하느라) 내 시간을 별로 갖지 못했다”며 “그래도 짬짬이 쉴 수 있는 시간에 다른 거는 하지 않고 잠만 잤다”며 웃었다.

그래도 시간이 나면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를 찾는다. 친형제처럼 지내는 남자 봅슬레이 2인승 원윤종(33·강원도청) 서영우(27·경기BS경기연맹)는 오는 24일부터 이틀간 김동현(31) 전정린(29·이상 강원도청)과 팀을 이뤄 봅슬레이 4인승 경기에 출전한다.

윤성빈은 강력한 라이벌이자 우상인 마르틴스 두쿠르스(34·라트비아)를 향한 짠한 마음도 전했다. 윤성빈이 스켈레톤을 시작하기 전부터 ‘황제’로 불리던 두쿠르스는 평창 트랙에서 4위에 그치며 ‘올림픽 무관’의 한을 풀지 못했다.

윤성빈은 “당연히 금메달을 따고 싶었다. 그런데 그 선수도 하나의 메달은 땄으면 하는 바람이었다”며 “내 우상이 망연자실해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이 대기실까지 찾아와서 축하해주셨다. 나중에 (두쿠르스를) 찾아가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더니 ‘즐기라’고 하더라. 두쿠르스는 정말 대인”이라고 덧붙였다. 윤성빈은 또 두쿠르스가 ‘스켈레톤의 우사인 볼트’로 불리는 데 대해 “어떻게 우사인 볼트와 비교할 수 있느냐. 두쿠르스가 더 위대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전임자’에 대한 예우였다.  

평창=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