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트트랙 입문 후 대학 때 스피드 전환
- 소치 땐 발목 인대 부상으로 출전 좌절
- 작년 개인 최고기록 세우며 일취월장

- 김준호 12위·모태범 16위 차지

“평창에서 일을 내겠다”던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에이스 차민규(26·동두천시청)가 진짜 사고를 쳤다.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ｍ 경기에서 차민규(왼쪽)가 힘찬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차민규는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ｍ 단판 레이스에서 34초42를 기록해 노르웨이의 호바르 로렌첸(34초41)에 간발의 차로 밀려 은메달을 차지했다. 3위는 중국의 가오팅위(34초65)에게 돌아갔다.

14조 아웃코스에서 레이스를 펼친 차민규는 출발 총성과 함께 힘차게 출발해 첫 100ｍ를 9초63으로 주파했다. 초반 100ｍ 기록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뒷심이 좋은 차민규는 스피드를 끌어올려 나머지 400ｍ를 24초79에 끊었다.

차민규에 뒤를 이어 16조에서 경기를 치른 로렌첸은 초반 100ｍ를 차민규보다 느린 9초74로 뛰고도 나머지 400ｍ를 24초67에 주파하면서 0.01초 차로 금메달의 영광을 차지했다.

이날 차민규의 역주로 한국은 모태범의 2010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이후 8년 만에 500m 메달을 찾아왔다.

차민규는 추운 겨울만 되면 코피를 쏟던 ‘허약한’ 아이였다. 그는 안양 관양초등학교 4학년 때 스케이트를 처음 신었다. 어릴 적부터 몸이 허약한 아들을 위해 부모님은 운동을 택했다.

허약하던 아이는 스케이트를 신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남다른 소질을 보였다. 동북중·동북고에서 발군의 기량을 뽐내며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한국 쇼트트랙의 유망주와 경쟁하던 그는 대학 진학을 앞두고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전환했다.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였다.

2014 소치올림픽 국내 선발전을 앞두고 오른쪽 발목 인대를 심하게 다치는 악재를 겪었던 차민규는 파워를 늘려 2016년부터 기량을 크게 끌어올렸다. 2016년 12월 열린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 2010 밴쿠버올림픽 500ｍ 금메달리스트 모태범(대한항공)을 누르고 남자부 종합우승을 차지하더니 지난해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500ｍ 동메달을 수확했다.

평창올림픽을 2개월 앞둔 지난해 12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3차 대회에서는 개인 최고 기록인 34초314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차지하며 올림픽 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한편 이날 차민규와 함께 출전한 김준호(한국체대)는 35초01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11조에서 출발한 모태범은 35초15에 그쳐 16위를 차지했다.

평창=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