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제’ 페더러는 속전속결 선호
- 정현은 긴 랠리 강점 ‘대조적’
- 체력적 우위 최대한 활용하고
- 네트플레이 막으면 승산 있어
세계 테니스의 ‘세대교체’를 주도하는 정현(21·58위)과 ‘황제’ 로저 페더러(37·2위)는 스타일이 닮은 듯 다르다. 예술의 경지에 오른 백핸드는 두 선수의 공통점이다. 페더러가 속전속결형이라면 정현은 긴 랠리도 선호한다. 정현은 26일 오후 5시30분(한국시간) 호주오픈 남자 단식 4강에서 페더러를 잡고 메이저 대회 첫 챔프에 오르려 한다. 반면 페더러는 정현을 넘어야 미개척지인 메이저 대회 20승 고지에 도전할 수 있다.
해외 주요 도박사들은 정현의 호주오픈 우승 가능성을 3위로 내다봤다. 1위는 페더러였다. ‘거물 사냥꾼’ 정현이 힘을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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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더러(왼쪽), 정현 |
■오뚝이같은 ‘집념’ 닮았다
2014년 ATP 투어에 데뷔한 정현은 호주오픈 전까지 54승 45패를 기록했다. 페더러는 1132승 250패로 전적부터 차이가 크다. 페더러는 또 메이저 대회 남자단식 우승 횟수 1위(19회)의 강자다. 20회 우승 정복자는 아직 없다.
두 선수의 공통점은 비슷한 시기에 시련을 겪다 오뚝이처럼 일어섰다는 점이다. 정현은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 탈락한 2016년 초반 복부 부상과 입스(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 증세)에 시달리며 방황했다. 정현은 2016 리우올림픽 출전권도 반납하고 포핸드와 서브를 가다듬어 지난해 제 기량을 되찾았다.
페더러도 2016년 윔블던대회를 마치고 무릎 부상을 당했다. 그 여파로 리우올림픽 출전권도 포기했다. 30대 후반인 페더러의 나이 때문에 은퇴설까지 나돌았다. 세계랭킹은 17위까지 떨어졌다. 절치부심한 페더러는 지난해 호주오픈 우승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속전속결 vs 안정된 스트로크
페더러와 정현의 장점은 백핸드다. 페더러는 ‘예술의 경지’에 오른 원핸드 백핸드를 구사한다. 정현 역시 주니어 시절부터 백핸드는 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두 선수의 화려한 백핸드 대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경기 스타일은 서로 다르다. 페더러는 속전속결을 선호한다. 호주오픈 8강까지 5경기를 치르면서 상대에게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다. 그 덕에 평균 경기 소요 시간은 1시간58분으로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페더러는 체력을 아끼기 위해 자신의 서브게임 때 3구 또는 5구 만에 승부를 끝낸다.
정현은 안정된 스트로크를 바탕으로 긴 랠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16강에서 노바크 조코비치를 3-0으로 꺾었을 때 경기 소요 시간이 3시간을 넘겼다. 정현은 당시 조코비치를 상대로 체력적인 우위를 앞세워 긴 랠리 전략을 구사했다. 30번이 넘는 랠리도 자주 나왔다.
■체력이 관건…“찌르고 들이받아야”
전문가들은 정현이 페더러에 맞서려면 최대한 랠리를 길게 끌고 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용국 SPOTV 해설위원은 “전체적인 기량은 페더러가 앞서지만 15살 어린 정현은 체력이 앞선다”며 “페더러가 체력을 아끼기 위해 네트플레이를 선호하는 만큼 정현은 상대가 네트 대시를 하지 못하도록 베이스라인에 잡아놓고 흔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호주오픈을 관전 중인 이진수 JSM 테니스 아카데미 원장은 “스트로크에서는 정현이 세계 정상급이기 때문에 리턴만 잘 되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네트 플레이에 대비만 잘하면 승산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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