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G-30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대한민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을 앞두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오른쪽부터 심석희, 최민정, 이유빈, 김예진, 김아랑. 연합뉴스

평창 올림픽 출전을 앞둔 쇼트트랙 선수 심석희가 어린 시절부터 가르침을 받아온 스승 조재범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선수촌을 뒤쳐나온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사태가 불거지자 대한빙상경기연맹 측은 조 코치의 직무을 정지하고, 박세우 경기이사 체제로 훈련을 재개하는 등 진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 선수 육성 과정에서 벌어지는 지도자들의 폭력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아이돌 기획사에서 자행되고 있는 학대가 스포츠계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거다.

19일 스포츠업계에 따르면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에 대한 일부 지도자들의 학대가 하루이틀이 아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훈련을하는 운동의 속성상 유소년들이 훈련이라는 명목하에 폭력 등에 의한 육체·정신적 고통을 감내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 청소년 스포츠 지도자는 “일부 중고등하교 아이스하키부의 경우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을 엎드려 뻗쳐 시킨 뒤 엉덩이를 하키 채로 세게 때린다”며 “기합을 준다는 차원에서 자행된다. 훈련 과정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토로했다.

이번에 논란의 중심에 선 심 선수 역시 초등학교 5학년 때 조 코치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심석희의 자질을 눈여겨본 조 코치는 선수 생활을 위해 강릉에서 서울로의 전학을 권유했다.

이 일을 계기로 심석희는 조 코치의 첫 제자가 됐다. 이후 심석희는 이후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2014 소치올림픽에서 3000m 계주 금메달, 1500m 은메달, 1000m 동메달을 따낼 때도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한 조 코치가 큰 도움을 줬다.

한 빙상연맹 관계자는 “조 코치는 심석희를 아꼈다. 하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여자 대표팀 주장인 심석희에게 많은 부담을 준 것 같다. 그래서 사건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최민정과 함께 올림픽 메달 기대주인 최민정 역시 6살 때 아버지의 권유로 스케이트를 시작한 뒤 2012년부터 조 코치와 훈련을 시작했다. 실력이 일취월장한 최민정은 16살 때 태극마크를 달고 이듬해인 2015년 세계선수권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이들의 사연을 전해들은 일부 누리꾼들은 “어릴 때부터 운동을 배웠다면 많은 폭력에 시달렸을 수 있다”며 “단순히 오랜 사제의 정을 강조해 심 선수가 스승에게 배은망덕한 짓을 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스포츠 인재 육성 교육 방식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스포츠 교육 전문가는 “훌륭한 선수를 메달을 많이 따고 우승을 많이 하는 선수로 단순히 정의해서는 안된다”며 “전인교육의 차원에서 스포츠 인재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훌륭한 선수는 코치의 매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스스로 판단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데서 시작한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훌륭한 선수들은 그러한 환경에서 길러졌다”고 충고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