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세계선수권 출전한 북한팀
- ‘기량 높지 않지만 열정적’ 분석
- 머리 감독 “지금은 한국이 강해
- 北선수 기용하란 압박은 없어야”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에서 뛸 북한 선수로 누가 유력할까. 남북은 20일 스위스 로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에서 열리는 ‘평창 회의’에서 북한 여자 선수의 참가 규모를 논의한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한국 엔트리 23명에 북한 선수 6~8명이 합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새러 머리(30·캐나다) 여자대표팀 감독은 “2, 3명 정도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남북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한다. 사진은 지난해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북 선수들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연합뉴스

머리 감독이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할 수 있는 건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2그룹 A(4부 리그)에서 북한 선수들을 직접 봤기 때문이다.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 가운데 수비수 2명과 공격수 1명은 우리에게 보탬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기억나는 선수로 원철순·정수현·김향미·박선영·김농금을 꼽았다. 기량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열정적으로 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머리 감독이 꼽은 5명은 모두 강릉 세계선수권 당시 북한 대표팀의 1라인에서 뛰었다. 아이스하키는 골리(골키퍼)를 제외한 5명의 선수가 1개 라인으로 묶여 1~2분 안팎으로 교대 출전한다. 핵심 선수들은 주로 1라인에서 뛴다.

머리 감독은 특히 남북 대결에서 우리 대표팀의 슛을 육탄 방어한 수비수 원철순의 투혼이 인상 깊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국이 북한을 3-0으로 눌렀다. 머리 감독은 또 호주전에서 골을 넣은 김은향과 슬로베니아전 역전승을 이끈 북한 대표팀 주장 김금복도 언급했다.

그러나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들의 실력을 높이 평가하지는 않았다. 그는 “과거에는 북한이 강했지만 이제는 한국이 북한을 가볍게 꺾을 수 있다. 분명히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몇명 있지만 우리 1, 2라인 또는 3라인에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의 선수는 아무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북한 선수들을 우리 대표팀의 4라인 정도의 수준으로 평가한 것이다.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 3명을 뽑아서 총 26명의 엔트리로 올림픽에 출전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경기에 누굴 투입할지는 감독의 권한이다. 나에게 북한 선수를 기용하라는 압박은 없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남북은 지난 1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합의했다.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 이어 27년 만에 통산 세 번째 남북 단일팀 탄생이 눈 앞에 온 것이다.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종합경기대회에서 단일팀 구성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