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현수 “개인 자격 참가 희망”
- 금메달 1순위인 메드베데바
- “러 국기 없이는 출전 않겠다”
- NHL 이어 KHL도 보이콧 조짐

“개인 자격으로 평창 무대에 서고 싶다. 4년을 준비했는데 포기할 수 없다.”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 빅토르 안이 6일 한국체육대학교 빙상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 빅토르 안(32·한국명 안현수)은 6일 한숨을 깊게 쉬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1OC)가 이날 도핑 파문에 휩싸인 러시아 선수단의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가 아닌 개인 자격 출전은 가능하다. 지난 4일부터 한국체육대학교에서 훈련 중인 빅토르 안은 “러시아가 보이콧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생각하고 싶지 않다”며 말을 흐렸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이 대형 흥행 악재를 맞았다. 동계스포츠 강국인 러시아가 불참하면 평창올림픽의 위상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장 타격을 받을 종목은 동계스포츠의 꽃인 아이스하키다. 아이스하키는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때 전체 관중과 입장 수익의 약 40%를 차지했을 정도로 인기 종목이다.

평창올림픽조직위는 이미 세계 최고 무대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평창 패싱’으로 TV 중계권 수익과 입장권 판매에서 타격을 받았다. NHL은 정규시즌 중단에 따른 금전 손실과 함께 IOC로부터 톱 스폰서 수준의 대우를 받지 못하자 평창 불참을 선언했다.

세계 2위 리그인 러시아대륙간아이스하키리그(KHL) 드미트리 체르리셴코 회장도 최근 “IOC가 러시아 선수들에게 표적 도핑검사를 했다. KHL은 NHL을 따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KHL에는 세계랭킹 1위 캐나다 국가대표(엔트리 25명) 15명과 미국 대표 7명이 뛰고 있다. 스웨덴 핀란드 체코 선수들도 다수다.

세계적인 스타들도 평창에서 못 볼 수 있다. 2011년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이 대표적이다. 빅토르 안은 2006 토리노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3관왕에 오르면서 쇼트트랙의 최강자로 우뚝 섰다. 2014 소치올림픽에서도 3관왕에 오르면서 러시아의 영웅이 됐다. 평창에서 ‘화려한 마무리’를 준비했던 안현수는 IOC의 결정으로 타격을 받게 됐다.

피겨 여자 싱글 1위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8·러시아)의 개인 자격 출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메드베데바는 러시아 국기 없이 나서는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드러냈다. 여자 싱글 역대 최고점(241.31점) 보유자인 메드베데바는 2년 연속 세계선수권대회와 유럽선수권대회는 물론 2015-2016시즌과 2016-2017시즌 그랑프리 파이널까지 석권한 절대 강자다.

메드베데바는 이날 IOC 집행위원회에 직접 참석해 “러시아 깃발 없이 올림픽에 참가한다는 사실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러시아가 IOC의 징계를 수용하고 개인 자격으로라도 선수들을 평창에 보낸다면 그나마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된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