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장총액 축소발표 의혹 등 논란
- “팬들 못 잊을 것” 미안함 표시
- 안방마님 잃은 거인, 발등에 불

4년간 총액 80억 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가 자유계약선수(FA) 강민호(32)에게 제시한 총액은 같다. 강민호는 예상외로 14년간 몸담은 부산 대신 대구행을 택했다. 2015년에도 국가대표 좌완 투수 장원준(32)은 친정팀의 ‘4년 88억 원’ 제안을 걷어차고 두산 베어스와 4억 원 적은 ‘4년 84억 원’에 계약했다. 야구계에선 “미스터리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자유계약선수(FA) 강민호가 21일 롯데 자이언츠를 떠나 삼성 라이온즈와 계약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은 21일 국가대표 출신 포수 강민호와 4년 총액 80억 원(계약금 40억 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다시 한번 도약을 하려면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포지션의 중요도와 경험·실력을 두루 갖춘 강민호를 영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원소속 구단인 롯데는 삼성과의 계약 소식이 발표되기 직전 보도자료를 통해 “강민호에 4년 총액 80억 원을 제시했으나 협상이 결렬됐다”고 알렸다. 이윤원 단장은 “강민호는 물론 에이전트와 4차례 이상 만나 협상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성적에 따른 플러스 옵션도 제시하려 했다”고 말했다. 또 “삼성과 같은 금액을 제시했는데 떠난 이유는 강민호와 삼성만이 알 것”이라고 허탈해했다.

일반적으로 FA가 원소속 팀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최고 금액을 제시받았을 때다. “삼성이 보장 총액을 축소 발표했거나 계약 기간을 추가 보장한 건 아닌가”하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SNS에서도 “삼성이 이면 계약을 통해 은퇴시기까지 장기 계약을 한 건 아닌가”라는 말도 나온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롯데는 3년 만에 찾아온 ‘장원준 데자뷔’에 울상이다.

강민호는 대표적인 부산 울산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2004년부터 통산 타율 0.277에 218홈런 778타점을 기록했다. 거의 매 시즌 최다 수비 이닝을 기록할 정도로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컸다. 2008 베이징올림픽을 비롯한 국제대회에서 활약하며 전국구 스타로도 발돋움했다. 강민호는 4년 전에는 당시 FA 최고액인 75억 원을 받고 잔류했었다.

강민호는 계약 발표 직후 부산팬들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했다. 그는 “10년 넘게 몸담은 롯데를 떠나게 돼 정말 힘들었다. 저의 미래 가치를 인정해주고 진심으로 다가온 삼성의 정성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했다. 또 “그동안 응원해주신 롯데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삼성 팬들께도 박수받겠다”고 덧붙였다.

롯데는 당장 2018시즌 안방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백업 포수들이 얼마나 빨리 성장하느냐가 관건이다. 이 단장은 “투수진은 물론 포수진도 젊은 선수 육성 기조로 가야 한다. 김사훈과 신인 나종덕은 물론 내년에 제대하는 김준태에게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