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니라며 잡아떼다 뒤늦게 사과
- 조사 결과 따라 더 나올 가능성
- 포스트시즌 앞두고 흥행 재뿌려

프로야구를 강타한 ‘최규순 게이트’가 리그 전체에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소속 최규순 전 심판위원이 개인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각 구단 관계자에게 연락해 돈을 빌려 쓴 것으로 알려진 이번 사건은 연루된 구단이 속속 드러나며 파문이 커지고 있다. 두산 베어스에 이어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 삼성 라이온즈까지 이름을 올린 ‘최규순 게이트’는 진행 중인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연관된 구단이 더 나올 가능성도 있다.

구단과 심판 간 금전 거래는 야구 규약에 따르면 엄격히 금지된 일인데 시즌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포스트시즌 경기를 앞두고 벌어졌다는 점이 사건의 핵심이다. 2013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플레이오프 경기 1차전을 하루 앞두고 최 전 심판이 김승영 전 두산 베어스 대표이사에게 급전을 요구했고 김 전 대표가 300만 원을 건넸다. 이전부터 야구인 선후배와 구단 고위 관계자에게 급전이 필요하다며 자주 연락한 최 전 심판을 해당 시즌 후 퇴출한 KBO는 이후 관련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각 구단에 공문을 보내 자진신고를 받았다. 하지만 해당 기간 두산 외에 ‘금전 거래 사실이 없다’고 신고한 넥센과 KIA에 이어 삼성까지 최근 검찰 조사 결과 ‘최규순 게이트’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커지고 있다.

각 구단은 해당 사실이 밝혀진 후에야 고개를 숙이며 해명했다. KIA 구단은 2012년과 2013년 구단 직원 2명이 각각 100만 원씩 송금한 사실이 밝혀지자 “자체조사 때 (직원이) 말하지 않아 몰랐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삼성도 “2013년 10월 팀장급 직원이 400만 원을 송금했다.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고 태도를 바꿨다.

야구팬들의 실망도 크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번 ‘최규순 게이트’ 연루 구단을 ‘매수 구단’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리그 우승을 양분했던 삼성과 두산, 이번 시즌 리그 1위를 달리는 KIA에 더해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넥센까지 연루돼 각 팀의 우승 기록과 호성적까지 평가절하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대 800만 관중을 유치한 프로야구의 인기에도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구단 고위 관계자가 승부에 영향을 미치는 심판과 금전 거래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야구팬은 큰 상처를 받았다. 현재 야구계에서는 최 씨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인원이 최소 수십 명이며, 거기에는 현직 코치진까지 포함됐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승부 조작 사건으로 팬들의 신뢰를 잃은 프로야구가 다시 큰 위기에 봉착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최규순 게이트’ 중요 사건 일지　　  2016년 8월 1일 스포츠 전문 매체 “‘상습 도박’ 심판, 구단에 돈 받고 승부조작 했나” 최초 보도 2017년 3월 28일 KBO, 상벌위원회 열어 ‘전직 심판 뇌물수수 건’ 논의했지만 공표 않기로 결정 7월 2일 두산 김승영 전 대표이사-최규순 전 심판위원 실명 및 2013년 플레이오프 경기 앞두고 금전 거래 사실 밝혀져 3일 두산 김승영 전 대표 사의 표명 6일 문체부, KBO 검찰 고발-회계 감사 계획 8월 29일 KIA  “구단 관계자 검찰 조사, 최 전 심판과 금전 거래” 인정 29일 검찰, 이장석 넥센구단주 소환 조사 30일 삼성, 구단 홈페이지 사과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