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30점 차 이상 대패했지만
- 막판까지 추격하며 대등한 경기
- 11월 농구월드컵 경쟁력 확인

한국 남자농구가 이란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한결 높아진 경기력으로 국제대회 경쟁력이라는 희망을 봤다.

허재 감독이 지휘하는 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2017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준결승에서 이란과 접전 끝에 81-87로 졌다. 한국은 뒤지던 경기를 따라잡은 뒤 마지막 4쿼터 중반 역전까지 이끌어냈지만 이란의 장신 센터 하메드 하다디에게 잇달아 슛을 허용하며 아쉽게 경기를 내줬다.

이란은 2000년대 들어 열린 8차례의 아시아컵 농구대회에서 2007년과 2009년, 2013년 등 세 차례 우승해 5회 우승한 중국과 함께 아시아 농구의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FIBA 랭킹도 이란이 25위, 한국이 30위다. 반면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1997년 대회 우승이 두 번째이자 마지막이다. 이후로는 1999년과 2003년 중국에 이어 차지한 두 차례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막판까지 대등한 경기를 펼쳐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지난해 FIBA 아시아 챌린지 대회에서 이란과 두 차례 만나 모두 30점 이상 차이로 크게 패했다. 이날 경기도 이란이 기선을 제압했다. 그 중심이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활약한 키 218㎝의 장신 센터 하다디였다. 한국은 하다디가 버티는 이란의 높이에 압도당해 1쿼터 한때 6-27로 21점 차까지 뒤지며 끌려갔지만 2쿼터에서 반격에 나서 전반을 33-39로 따라갔고 3쿼터를 61-57로 앞선 채 마쳤다. 그러나 이란이 4쿼터 들어 저력을 발휘하며 재역전해 중반 이후 점수 차를 벌렸다. 한국은 마지막까지 추격을 멈추지 않았지 끝내 역전하지 못해 2003년 이후 14년 만의 아시아컵 결승 진출 꿈이 무산됐다.

비록 4강에서 물러섰지만 한국은 8강전 필리핀과의 경기에서 미국프로농구(NBA)를 방불케 하는 뛰어난 경기력으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 농구팬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직전 대회에서 6위에 그친 ‘창사 참사’의 부진을 씻고 아시아 농구 강국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이번 대회에서 랭킹이 앞선 팀들을 잇달아 격파하며 아시아 정상 탈환에 대한 희망을 엿본 한국은 오는 11월 시작하는 2019년 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 예선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느끼게 됐다. 이번 대회부터 홈 앤드 어웨이로 바뀐 예선 방식에 따라 한국은 예선 A조에서 중국 뉴질랜드 홍콩과 함께 2018년 7월까지 홈과 원정을 한 번씩 오가며 경기를 치러야 한다. 중국과 뉴질랜드 모두 해볼 만한 상대인 만큼 2015년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