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이 열리는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어리둥절했고 기자석도 동요했다. 대만에서 열리는 첫 국제 대회 공식 행사가 해프닝 끝에 치러졌다.

　지난 19일 타이베이 송산 스포츠센터 내 타이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29회 대만 하계 유니버시아드 개막식에서 선수단이 입장하지 못한 채 국기만 행사장을 한 바퀴 도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원인은 행사장 주변을 가득 메운 반정부 시위대로 인해 선수단 이동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알파벳 순서에 따라 브라질 선수단이 입장한 뒤 오후 8시20분부터 선수단 없이 각국 국기를 든 진행 요원만 소개에 따라 입장하기 시작했다.

	19일 대만 타이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29회 하계 유니버시아드 개막식에서 선수단이 반정부 시위대에 막혀 입장하지 못해 태극기를 비롯한 각국 국기를 든 진행요원만 입장하고 있다. 배지열 기자

　개막식 몇 시간 전부터 행사장 주변에서 시위를 이어가며 경찰과 대치하던 시위대는 대만의 교사·퇴직군인·공무원 등의 연금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이날 타이베이시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던 단체들이 행사 시작 시간에 맞춰 경기장 근처로 몰리면서 7000여 명의 선수단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제29회 대만 하계 유니버시아드 개막식을 앞두고 시위대가 배포한 보도자료. 배지열 기자

　30여 분간 이어지던 대치 상황은 시위대 측이 길을 열어주며 풀렸고, 각국 선수단은 폐막식처럼 한데 뒤섞여 순서대로 입장할 수 있었다. 대만 하계 유니버시아드 조직위원회 측은 “개회식이 평화적 시위대에 의해 잠시 중단됐지만, 타이베이시 당국의 빠른 조치로 속개됐다.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도 남은 대회 일정이 평화로운 축복 속에 치러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제29회 대만 하계 유니버시아드 개막식에서 입장이 늦어지는 해프닝 끝에 대한민국 선수단이 다른 나라 선수단과 뒤섞여 입장하고 있다. 배지열 기자

　19일 개막식을 해프닝 속에 치른 제29회 대만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는 오는 30일까지 12일간 열전을 치른다. 타이베이=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