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팀 1군 엔트리 거의 다 소진해
- 이대호 6년 만에 3루수 나서기도
28일 오후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부산 사직야구장. 오후 6시30분부터 진행되는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에 앞서 보통 4시간 전부터 홈팀이 훈련을 시작하지만 이날은 그라운드가 고요했다. 전날 양 팀의 3연전 중 첫 경기가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탓이었다. 선수들은 평소보다 늦게 경기장에 도착해 자율 훈련으로 경기를 준비했다.
지난 27일 두 팀은 KBO 역대 6번째로 이틀에 걸쳐 경기를 치렀다. 승부는 연장 12회말 롯데 전준우의 안타에 이은 LG 중견수 안익훈의 실책으로 11-10으로 롯데가 승리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경기 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져온 귀중한 승리다"고 평가했다.
역전과 동점을 서로 주고받은 이번 시즌 첫 '무박 2일' 경기로 많은 기록이 쏟아졌다. 27일 오후 6시31분에 시작해 28일 오전 0시9분까지 총 5시간38분간 이어져 이번 시즌 최장 시간 경기이자 역대 5번째로 오래 진행된 경기로 남았다. 10회초 5-10까지 뒤졌던 경기를 뒤집은 롯데는 연장 최다 득점차 역전승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두 팀은 승리를 위해 1군 엔트리에 있는 거의 모든 선수를 기용했다. 롯데는 선발투수 송승준을 포함해 총 10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려 역대 한 팀 최다 투수 기용 타이기록을 세웠다. 15명의 야수도 모두 소진해 이대호가 11회초 수비에서 시즌 처음이자 국내 무대 6년여 만에 3루수로 나서기도 했다. 14명의 타자를 모두 내세운 LG도 12회초 타석에 투수 이동현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았다.
두 팀은 지난해에도 5시간이 넘는 혈투를 펼쳤다. 2016년 7월 9일 같은 장소에서 5시간33분에 걸친 승부 끝에 황재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끝내기 안타로 롯데가 13-12로 승리했다. KBO 구단 중 가장 최근 '무박 2일' 경기도 롯데가 경험했다. 2010년 4월 9일 홈에서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14-15로 패배한 경기가 자정에 종료됐다.
양 팀이 치른 5시간여의 경기 동안 부상자도 이어졌다. 9회초 수비 도중 포수 강민호가 무릎에 이상을 느껴 교체됐고, 11회말 공격에서 1루를 향해 슬라이딩하던 나경민도 왼손 엄지손가락 부상을 입었다.
배지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