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 하프 우승 김창원

- 부룬디서 귀화한 '달리미 스타'

"프로 선수가 될 생각은 없어요. 평생 건강하게 즐기면서 달릴 거예요."

2017 부산하프마라톤대회 남자 하프 코스 우승 트로피는 1시간14분30초를 기록한 김창원(40·경남 창원시·전 이름 부징고 도나티엔) 씨에게 돌아갔다. 아프리카 부룬디 출신인 김 씨는 대학생이던 2003년 열린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참가를 계기로 한국과 인연을 맺고, 2010년 11월 귀화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귀화 직후 하프·풀 코스를 가리지 않고 전국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을 이어왔다. 그는 "날씨는 조금 더웠지만 아름다운 다대포 해변 코스가 익숙해 좋은 레이스를 펼쳤다"고 자평했다. 김 씨는 2009년과 2011년에도 이 대회 같은 부문에 참가해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 그는 창원을 제2의 고향 삼아 살고 있다. 2005년부터 현대위아에서 일하며 사내 마라톤클럽 활동으로 동료들과 우정을 다져왔다. 매일 1시간30분가량 마라톤 훈련을 하면서 7년 전부터 경남대에서 경영학 공부를 하는 등 자기계발에도 철저하다. 김 씨는 "마라톤으로 건강을 챙기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소통하는 게 즐겁다. 지금 그대로의 삶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박장군 기자


■ 여자 하프 우승 이정숙

- 3년만에 명예 회복한 천안 건각

"답답한 시내를 벗어나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뛸 수 있는 점이 부산 하프마라톤대회 코스의 매력입니다."

대회 하프 코스 여자 부문 1위를 차지한 이정숙(52·충남 천안) 씨는 3년 만에 정상에 다시 올랐다. 천안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이 씨는 15년 전 초등학생 육상 꿈나무를 지도하면서 본격적으로 마라톤을 시작했다. 1시간25분7초의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한 이 씨는 "지난해 부상을 당했는데도 무리하게 뛰다가 탈락한 경험이 있어 올해는 마음을 비우고 페이스를 지키며 달린 덕에 우승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 다리 부상으로 우승을 놓친 뼈아픈 경험이 있다. 당시 다리 근육을 다친 지 2주 만에 출전한 그는 20㎞ 지점까지 줄곧 선두를 달리다가 갑자기 발생한 근육경련으로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이 씨는 지난 3월 다른 풀코스 마라톤 대회에서 당한 부상에서 회복 중이었다.

이 씨는 "기록이나 순위에 욕심을 내면 부상을 당하고 도리어 성적도 나빠졌다. 이번 대회는 컨디션을 회복하는 차원에서 달렸다"며 "멀리서 응원해 준 가족들 덕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봉기 기자


■ 남자 10㎞ 우승 피터 제이콥스

- 재기 꿈꾸는 전직 남아共 선수

"이번 대회를 계기로 전문 마라톤 선수의 삶을 다시 이어가고 싶습니다."

올해 부산하프마라톤대회 남자 10㎞코스도 하프코스와 마찬가지로 외국 출신 참가자가 우승을 거머쥐었다. 33분17초에 결승 테이프를 끊은 전직 마라토너 피터 제이콥스(39·남아프리카공화국) 씨가 주인공이다. 그는 2005년부터 2년 동안 전문 선수로 활약하며 아일랜드·네덜란드 등 유럽을 중심으로 각종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다. 한국에 온 지 8개월째인 제이콥스는 현재 부산에 있는 한 영어 학원에서 중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열정적인 한국 마라토너들과 함께 아름다운 다대포 해변을 느끼며 좋은 레이스를 펼쳤다"고 웃어 보였다.

어린 시절부터 달리기 선수의 삶을 살아왔던 제이콥스는 10여 년 전 예기치 못한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암벽 등반을 하다 떨어져 허리와 엉덩이에 부상을 당해 큰 수술을 했지만 그는 마라톤을 포기하지 않았다. 하루 두 번씩 달리기 훈련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이어오며 다시 한번 마라토너의 꿈을 꾸고 있다. 그는 "케이프타운에 사는 어머니께서 늘 열띤 응원을 보내주신다. 나이가 걱정이긴 하지만 꾸준히 훈련해 꼭 재기하겠다"고 말했다. 박장군 기자


■ 여자 10㎞ 우승 이민주

- 딸 응원에 또 힘낸 단골 우승자

"배번에 적힌 이름이 크게 불리면 힘든 것도 모르고 신나게 뛰게 돼요."

10㎞ 코스 여자 부문은 이민주(47·부산 남구) 씨가 39분55초의 기록으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 씨는 이 대회 10㎞ 코스에서만 총 7차례 우승을 기록했으며 전국 각지의 마라톤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한 전국적인 마라톤 스타다. 그는 다른 대회보다 배번에 적힌 글자 크기가 커서 동료와 응원하는 사람들이 이름을 쉽게 알아보고 불러 줄 수 있는 점을 부산 하프마라톤의 장점으로 꼽았다.

베테랑 마라토너인 이 씨도 이번 대회는 각오가 남달랐다. 올해 고교생이 된 그의 딸이 "꼭 우승하라"고 응원해줬기 때문이다. "평소엔 덤덤하던 애가 꼭 1등을 하라고 하니 평소보다 더 자극이 됐죠." 그는 "딸이 끈기 있는 학교생활을 위해 마라톤을 추천 받은 뒤에 학교에 엄마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자랑을 한 만큼 성적을 거뒀으면 하는 바람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대회에는 딸 김희원(문현여고 1) 양이 재학 중인 학교의 교사들도 함께 뛰었다.

2004년부터 부산마라톤대회와 인연을 맺은 이 씨는 "올해 거둔 기록에 만족하며 큰 부상 없이 즐기면서 운동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봉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