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화용병 맹활약 힘입어
- 12연패 끝에 사상 첫 승리

"Korea writes history."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키예프의 기적'으로 역사를 새로 쓰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홈페이지 메인을 장식했다.

24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 남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1그룹A 2차전에서 카자흐스탄에 5-2 승리를 거둔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모여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한국시간) 대표팀은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팰리스 오브 스포츠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7 IIHF 남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1그룹 A(2부 리그) 2차전에서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카자흐스탄에 5-2 (1-1, 0-1, 4-0) 역전승을 거뒀다. 대표팀이 1995년 이후 카자흐스탄을 상대로 12연패 만에 거둔 첫 승리였다. 지난 23일 1차전에서 폴란드를 4-2로 꺾고, 역대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대표팀은 2연승을 달리며 기세를 이어갔다.

대표팀은 1-2로 뒤져 패색이 짙던 마지막 3피리어드에 귀화 선수 알렉스 플란트(안양 한라)의 골로 2-2 동점을 만든 뒤 신상훈(한라)이 상대 골리(골키퍼) 어깨 위를 넘기는 절묘한 샷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상대 선수 두 명이 2분간 퇴장을 당해 맞은 파워플레이(링크에서 뛰는 선수가 한 팀이 다른 팀보다 많은 상황)에서 연달아 골을 성공시키며 승부를 마무리했다. 대회 최고 골리로 떠오른 맷 달튼(한라)의 선방도 눈부셨다. 폴란드와의 첫 경기에서 유효 슈팅 38개 중 36개를 막아낸 달튼은 카자흐스탄의 파상 공세도 32개 중 30개를 쳐내며 상대 추격 의지를 꺾었다.

2014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백지선 감독은 경기 후 IIHF와의 인터뷰에서 "정말로 대단한 경기였다. 카자흐스탄과 같은 강팀과의 맞대결은 앞으로 우리가 더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경기였다"고 평했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이전까지 카자흐스탄을 상대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지난 2월 열린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22명 엔트리 중 절반 정도를 23세 이하 유망주로 채운 2군 전력으로 나선 카자흐스탄에 0-4로 패하며 사상 첫 금메달 획득에는 아쉽게 실패했다. 역대 최고 성적인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절치부심했다.

카자흐스탄은 지난해 월드챔피언십에서 강등됐지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출신 귀화 선수들을 총동원해 최상의 전력을 가동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이날 카자흐스탄 1군을 상대로 사상 첫 승리를 거두며 2개월 만에 달라진 경기력을 선보였다.

지난해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같은 대회에서 2승 1연장패(승점 1점) 2패로 승점 7점이라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대표팀은 25일 밤 11시 헝가리를 상대한다. 역대 전적에서 2승 1무 12패로 절대 열세지만 기세가 좋은 만큼 연승 분위기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번 대회는 세계랭킹 23위인 우리나라를 비롯해 6개국이 한 차례씩 맞붙어 1·2위는 내년 5월 덴마크에서 열리는 2018 IIHF 월드챔피언십(톱 디비전)으로 승격한다. 한국 아이스하키가 아직까지 챔피언십 무대를 밟은 적은 없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