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자 호수 다이빙 세리머니
- 박인비 전인지 양희영 등 출격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5개 메이저 대회 가운데서도 전통과 권위에서 으뜸가는 대회가 ANA 인스퍼레이션이다. 이 대회는 우승자가 영예를 누리는 독특한 세리머니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바로 '호수 세리머니'로 대회 우승자는 시상식을 마친 뒤 곧바로 18번 홀 그린 옆의 호수에 뛰어드는 챔피언 세리머니를 펼친다. '챔피언의 호수' 또는 '숙녀의 호수'로 불리는 이곳에 몸을 던지는 세리머니는 LPGA투어 선수라면 누구나 욕심내는 일이다.

	전인지(왼쪽), 양희영

오는 31일(한국시간) 올 시즌 LPGA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이 개막해 나흘 동안 열전을 펼친다. 이 대회는 46년째 미국 캘리포니아 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 골프장 다이나 쇼어 코스(파72)에서 열린다. 같은 코스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하는 골프 대회는 마스터스 말고는 없다.

올해 '연못 세리머니'를 펼칠 후보군으로는 한국 선수들이 유력하다. 그만큼 올 시즌 들어 한국 선수들의 기세가 가파르다. 올해 열린 LPGA 투어 6개 대회 가운데 4개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했다. 대회 때마다 한국 선수끼리 우승 다툼을 벌인 데다 10위권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그 때문에 이번 ANA 인스퍼레이션의 유력한 우승 후보로도 자연스럽게 한국 선수가 떠오른다.

이 대회 우승컵에 가장 눈독을 들이는 선수는 올 시즌 들어 화려하게 부활한 박인비다. 박인비는 이달 초 열린 HSBC챔피언스 우승 이후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보태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인비는 이미 2013년 이 대회 우승을 경험한 바 있다. 또 유독 메이저 대회에 강한 박인비의 승부욕이 발휘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인비는 통산 18승 가운데 절반 가까운 7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해냈다.

우승 횟수로는 박인비에 뒤지지만 전인지도 LPGA 투어에서 거둔 2승을 모두 메이저 대회에서 기록할 정도로 강세를 보인다. 지난해에도 메이저 대회에서만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을 비롯해 세 차례 톱10에 들었다. 더구나 지난해 이 대회에서는 리디아 고에 1타 차로 준우승을 차지해 설욕을 벼르고 있다.

올 시즌 들어 이미 우승의 맛을 본 '챔피언스 클럽' 회원 장하나와 양희영, 이미림도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탐내고 있다. 장하나와 양희영은 앞서 올해 목표를 '메이저 제패'라고 공언한 바 있어 시즌 첫 번째 메이저 대회인 이 대회에 나서는 투지가 남다르다. 우승 갈증을 씻어내며 2년5개월 만에 통산 3승을 올린 이미림도 내친김에 2연승과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해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다. 지난해 이 대회에 초청 선수로 참가해 공동 6위라는 빼어난 성적을 올린 박성현도 빼놓을 수 없다. 박성현은 올 시즌 들어 정식 LPGA 회원으로 참가한 대회에서도 HSBC챔피언스 3위, KIA 클래식 공동 4위 등으로 신인답지 않게 좋은 성적을 거뒀다.

디펜딩 챔피언인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는 타이틀 수성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지난해 기아 클래식 우승에 이어 이 대회 정상에 올랐던 리디아 고는 올해는 기아 클래식에서 컷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