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술한 수비·부족한 공격력 여전
- 단조로운'무색무취' 전술 도마위
- 시리아에 지면 사실상 예선 탈락

"선수와 모든 코치진이 변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월드컵에 나갈 수 없다."

중국 창사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축구 국가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기성용, 차두리(왼쪽부터) 코치가 24일 오전 굳은 표정으로 팀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기성용의 말처럼 한국이 지금 이 상태에서 변하지 않는다면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3일 중국 창사에서 열린 월드컵 최종예선 A조 6차전 중국과의 원정경기에서 무기력한 플레이 끝에 0-1로 졌다. 역대 중국과의 전적에서 두 번째 패배이자 중국 땅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첫 패배다.

경기의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경기력도 의지력도 모두 한국이 중국에 뒤졌다는 것이다. 특히 울리 슈틸리케(63·독일) 대표팀 감독의 '무색무취'한 전술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9월 중국과의 홈경기를 시작으로 최종예선에 들어선 뒤에는 단조로운 전술과 선수 기용으로 "특징도 없는 데다 변화도 없다. 지지부진한 결과만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무엇보다 팬들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도 무려 46계단이나 떨어지고 역대 전적에서도 단 1패밖에 없었던 중국에 한국이 무기력하게 당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중국은 이탈리아 출신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을 데려온 뒤 빠른 역습과 세트피스 능력을 갖추면서 7개월 전 최종예선 1차전에서 보여줬던 모습과는 큰 변화를 보였다. 그러나 한국은 그대로였다. 중국과 1차전에서부터 지적 받은 허술한 수비와 부족한 공격력은 해결되지 않았고 측면 돌파 후 크로스라는 단조로운 전술도 요지부동이었다. 오죽하면 '자기 눈에도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이 보인다'는 중국 취재진의 지적을 받기까지 했다. 선수 선발도 지속해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 원정에 나설 대표선수 명단을 발표할 때부터 슈틸리케 감독의 선발원칙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었다.

최종예선 4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승점 차가 4로 벌어진 '최강전력' 이란(4승 2무, 승점 14점)을 따라잡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다행히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9점)이 시리아에 패하며 한국(3승1무2패, 승점 10점)은 2위 자리를 지키고는 있지만 오히려 4위 시리아(승점 8점)의 추격권에 들었다. 오는 28일 시리아와의 맞대결에서 패한다면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결과에 따라 4위까지 추락할 수 있다. 월드컵 본선에는 아시아 A, B조 1~2위가 직행하고, 각 조 3위 팀은 플레이오프를 치러 대륙별 플레이오프에 나갈 한 팀을 결정한다.

이제 한국은 1패만 더한다면 사실상 본선 진출이 물 건너가는 만큼 2위 자리를 지키는 게 당면 과제다. 우즈베키스탄을 꺾고 상승세를 탄 시리아와는 비록 홈이지만 힘든 싸움이 예상된다. 이후로 남은 세 경기는 카타르와 중동원정에 이어 최강자 이란과의 홈경기, 그리고 마지막 경기가 본선 진출의 최대 경쟁자인 우즈베키스탄과의 원정경기다. 부담스러운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시리아전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슈틸리케호는 본선 진출이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한국 축구대표팀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7~10차전 일정 경기  날짜   상대팀   홈/원정 7차전  3월 28일  시리아   홈 8차전  6월 13일  카타르  원정 9차전  8월 31일  이란  홈 10차전  9월 5일  우즈베키스탄   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