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트코스 세계선수권 첫날
- 남자 자유형 400m 경기서
- 한국 선수 최초로 금메달
- 역경 딛고 부활의 힘찬 '물살'
- 오늘 200m 출전 2관왕 도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7일 열린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박태환의 리우 올림픽 출전을 막았느냐는 질문에 답하며 사과했다. 김 전 차관은 지난 5월 박태환을 만나 '올림픽에 나가지 않으면 기업 스폰서를 받도록 해주겠다'면서 '서로 앙금이 생기면 정부, 체육회, 단국대학교(박태환 모교)가 부담을 안 가질 것 같나'라고 협박한 녹취록이 보도된 바 있다. 그는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을 경우) 독려하는 차원에서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증언했다.

7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 주 윈저 WFCU 센터에서 열린 제13회 국제수영연맹(FINA)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박태환이 힘차게 물살을 가르고 있다. AP연합뉴스

같은 날 몇 시간 앞서 지구 반대편의 '마린보이' 박태환은 그의 압박에서 벗어나 다시 날아올랐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 윈저 WFCU 센터에서 열린 제13회 국제수영연맹(FINA)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대회 첫날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박태환은 3분34초59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그는 예선에서 같은 조 1위를 허용했던 러시아의 알렉산드로 크라스니크(3분35초30)와 결승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하다 결국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 그는 쇼트코스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첫 한국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김종(왼쪽) 전 차관과 박태환.

박태환의 성적은 리우 올림픽 이후 정상궤도에 오르고 있다. 지난 10월 전국체전에서 자유형 200m와 400m에서 모두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이어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4관왕에 오르며 여전한 기량과 경쟁력을 보였다.

박태환에게 2016년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한 해였다. 지난 3월 FINA의 금지약물 도핑 자격정지 징계가 끝나면서 올림픽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대한체육회의 '징계 이후에도 3년간 국가대표에 뽑힐 수 없다'는 자체 대표 선발 규정에 발목 잡히며 한때 출전이 불투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7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결정에 따라 하루 만에 선수 등록은 마쳤지만 결과는 굴욕적이었다. 한 달 뒤 열린 올림픽에서 주 종목이었던 200m와 400m뿐만 아니라 100m 부문에서도 예선 탈락하며 마지막 1500m는 출전을 포기하고 귀국하고 말았다. 금지약물 복용 전력까지 드러난 상황에서 박태환의 선수 생활은 암울했지만, 연말 들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외압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그를 비판했던 여론도 수그러들고 있다.

박태환이 이전에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것은 2006년 중국 상하이 대회였다. 당시 그는 처음 출전한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 당한 아픔을 겪었는데, 이 대회에서 올린 뛰어난 성적을 바탕으로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당시 박태환은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각각 은메달을 목에 걸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쇼트코스 대회 시상대에 올랐다. 박태환은 그 이후 월드컵과 도하 아시안게임, 베이징 올림픽까지 석권하며 한국 수영사를 새로 썼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박태환은 롱코스(50m)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에 이어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까지 한국 수영 선수 첫 금메달 및 메달 획득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 자유형 100m 200m 400m 1500m 등 네 종목에 출전 신청서를 냈으며, 8일 자유형 200m에서 다시 메달에 도전한다.

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