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명 선수 중 15위에 그쳤지만
- 최다 버디 기록 등 성공적 복귀
- "공 때리며 아드레날린 솟구쳐"

새해엔 빨간 티셔츠를 입은 '타이거'의 포효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상당히 가능성이 커졌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1·미국)가 허리 부상으로 필드를 떠난 지 1년4개월 만에 치른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우즈는 5일(한국시간) 바하마 뉴프로비던스의 올버니 골프클럽에서 열린 히어로 월드챌린지 골프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에 보기 3개, 더블보기 3개로 4오버파 76타를 쳤다. 최종합계 4언더파 284타의 성적을 낸 우즈는 출전 선수 18명 가운데 15위로 대회를 마쳤다. 우즈는 3라운드까지 중간 정도의 순위를 유지했고 예전처럼 특유의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나온 4라운드에서는 막판 부진으로 하위권에서 경기를 마쳐 아쉬움을 남겼다.

드러난 성적만 놓고 보면 실망스러워 보이지만 우즈 자신은 물론 미국 현지 주요 골프 매체들이 '성공적인 복귀전'이라고 평가하며 2017년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실제 경기 내용을 보면 '잘 나갈 때' 우즈의 모습을 연상하게 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만들어냈다.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 버디를 24개 잡아내 출전 선수 가운데 최다를 기록했다. 18언더파로 우승한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보다 1개 더 많은 숫자다. 하지만 더블보기도 마지막 날 3개 등 총 6개로 최다를 기록해 들쭉날쭉한 플레이로 순위를 끌어올리는 데 실패했다.

특히 우즈는 전반 9개 홀 성적만 따져보면 10언더파를 기록해 헨리크 스텐손(스웨덴)의 11언더파에 이어 두 번째로 좋은 성적을 냈다. 반대로 후반 9개 홀에서 부진했다는 의미도 되지만 이는 집중력 유지 등 실전 감각과 체력이 떨어진 데 따른 문제로 볼 수 있다. 중요한 건 이전처럼 부상이 이어지면서 대회 도중 통증을 호소하는 모습이 이번 대회에서는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AP통신은 "비거리도 나쁘지 않았고 스윙도 자연스러웠다. 프로암까지 5일 연속 경기를 하면서 불편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기복이 심한 플레이를 펼치기는 했지만, 대회 개막 전 공식 인터뷰에서 우즈가 "1년 전에는 침대에 혼자 오르지 못할 정도였다. (성적과 관계없이) 다시 필드에 돌아온 자체가 성공"이라고 했던 데 비춰 보면 우즈에게는 '성공적 복귀전'이라고 할 만하다. 우즈는 대회를 마친 뒤 "다시 복귀해 경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이런 순간이 오기를 기다려왔고 다시 골프를 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공을 때리면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느낌을 다시 받았다. 여러 긍정적인 결과가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우즈는 "스윙 스피드도 괜찮았고 걱정할 부분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다만 더 많은 대회에 출전할 필요가 있다"고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4라운드를 통틀어 우즈는 페어웨이 안착률 53.8%(28/52), 그린 적중률 65.3%(47/72)였다. 평균 퍼트 수는 26.5개를 기록했다. 이는 2015시즌과 비슷한 수준이다. 시즌 5승을 올렸던 2013년과 비교하면 페어웨이 안착률과 그린 적중률은 다소 떨어지지만 퍼트 수는 눈에 띄게 향상됐다. 실전 감각만 더 끌어올리면 2017시즌 우승도 터무니없는 기대는 아니다.

한편 이번 대회 성적을 반영해 우즈의 세계랭킹은 650위권으로 오를 전망이다. 기권자를 뺀 17명 중 15위로 하위권이지만 세계랭킹이 898위까지 내려가 있어 큰 폭으로 상승이 예상된다. 우즈는 2015년 3월 29일 자 순위에서 104위로 밀린 이후 100위 이내로 재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이진규 기자 ocean@kookj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