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코스 남자 1위-강병성 씨

- "첫 참가 부산마라톤서 시즌 대미 장식"

"부산마라톤 우승을 위해 올 시즌 준비한 전략대로 딱 맞아떨어져 기쁩니다."

제18회 부산마라톤대회 풀코스 남자부 1위의 영예는 2시간41분21초를 기록한 강병성(40·경남 창원시) 씨가 거머쥐었다. 10년째 마라톤을 즐겨 온 강 씨는 부산마라톤 풀코스에는 이번에 처음 참가해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목표가 부산마라톤대회 우승이었다며 1년 동안 준비한 전략을 설명했다. 그는 "올해 줄곧 10㎞, 하프코스 등 짧은 거리만 뛰었다. 몸 상태가 좋진 않았지만, 차근차근 몸을 만들어 마지막에 일 한번 내보자고 마음먹었는데 성공했다"며 만족해했다.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일하는 강 씨는 2교대 근무에도 마라톤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강 씨는 "야간 근무를 마치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크로스컨트리를 하고, 주간 근무를 마치면 근처 운동장에서 훈련한다"며 "이틀만 쉬어도 몸이 찌뿌둥하고 살이 찌는 것 같은 느낌이 드니 꾸준히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찍부터 2등 그룹이 형성된 것이 강 씨 우승을 도왔다. 수준이 비슷한 선수들과 함께 선두만 보고 뛰었다. 경기가 후반으로 흐른 뒤 선두가 뒤처진 틈을 노려 맨 앞으로 나선 뒤 2위와는 18초 차이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최 씨는 "마라톤은 나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는 운동이다"며 "올해 우승이 기쁘고 내년에도 참석해 좋은 결과를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 풀코스 여자 1위-권순희 씨

- "4연패 만족 않고 대회 10회 우승 도전"

"부산아지매 권순희 파이팅."

18회 부산마라톤 여자 풀코스에서 2시간59분6초로 우승한 권순희(44·부산 사상구 모라동) 씨는 참가자 사이에서 '부산아지매' '단골 우승자'로 불리는 유명인사다. 2013년부터 이번까지 내리 4연패를 달성했고, 2008·2009년 대회를 포함하면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이다.

권 씨가 반환점을 돌 때마다 참가자들은 '부산아지매'를 연호했다. 권 씨는 "부산마라톤에 참가할 때마다 고향에 온 기분"이라며 "아는 사람도 많고, '부산아지매' 소리도 들어 마음이 편해 잘 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권 씨가 수년째 부산지역 아마추어 최강자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건 꾸준한 훈련과 '마라톤을 여행처럼 즐기자'는 인생 철학 덕분이다. 10년째 꾸준히 운동해 왔다는 그는 "마라톤은 하루라도 나태해지고 게을리하면 기록이 떨어지는 정직한 스포츠"라고 말했다. 또 권 씨는 "마라톤은 여행과 같다. 여행 삼아 대회를 찾아다니며 운동도 하고 구경도 하는 게 삶의 일부분이 됐다"며 "마흔 중반의 아줌마가 여행을 다니며 운동도 하고 참 좋지 않냐"고 미소를 지었다.

부산마라톤 10번째 출전을 우승으로 장식한 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권 씨는 "지금까지 풀코스를 총 79번 뛰었는데 풀코스 100회 완주와 부산마라톤 10회 우승을 반드시 채우겠다"고 말했다.


■ 하프코스 남자 1위- 진보성 씨

- "1년 만에 개인 기록 경신…2연패 감격"

"2연패를 할 것이라곤 생각도 못 했어요."

하프코스에 참가한 선수 중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진보성(38·부산 기장군 정관읍) 씨는 기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1시간16분20초를 기록하며 우승했던 진 씨는 이번 대회에서 2분29초나 줄인 1시간13분51초의 기록으로 2연패에 성공했다. 1년 만에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진 씨는 출발 직후 선두로 올라서 2위 선수와 3분 이상 거리를 벌리며 선두를 지켰다. 그는 "날씨가 좋아 평소 페이스대로 뛰었던 것이 주효했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결혼 후 마라톤을 잠시 그만뒀던 진 씨는 2013년 다시 운동을 시작한 뒤 매일 출근 전 새벽 시간을 이용해 훈련을 이어왔다. 진 씨는 "출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새벽 4시부터 집 주변을 뛰는 날도 있었다"며 "처음 연습을 다시 시작했을 때는 졸리고 힘들었지만 이젠 오히려 훈련을 빼먹으면 피곤함을 느낄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조선소 현장근로자인 진 씨는 마라톤 덕에 고된 업무에도 지치지 않는 체력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변에서 '살이 너무 빠졌다'며 걱정하지만, 지금이 딱 좋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마라톤을 다시 시작한 뒤 진 씨는 체중을 10㎏가량 줄였다. 그는 "7살 아들과 5살 딸이 함께 오지 못해 아쉽다. 다음 대회에는 꼭 함께하고 싶다"고 바람을 말했다.


■ 하프코스 여자 1위-김선희 씨

- "탁 트인 바다 바라보며 편안하게 달려"

"부상 없이 건강하게 팔순까지 뛰고 싶어요."

제18회 부산마라톤대회 여자 하프 코스 우승 트로피는 1시간34분01초를 기록한 김선희(49·부산 수영구 망미동) 씨에게 돌아갔다. 김 씨는 편한 마음으로 부담 없는 레이스를 펼친 게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자평했다. 김 씨는 "레이스 초반 맞바람이 불어 조금 힘들었지만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달리니 기분이 좋았다"며 "특별한 경합도 없어 심리적으로도 편안하게 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7년 처음 부산마라톤에 참가했다는 김 씨는 10년 차 마라토너다. 공식 풀코스는 지금까지 다섯 번밖에 뛰지 않았지만, 하프 코스와 10㎞ 코스는 꾸준히 뛰어왔다. 그는 지난해 봄 참가한 부산하프마라톤대회 10㎞ 부문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달릴수록 마라톤의 매력에 빠져든다는 김 씨는 "다른 운동은 1~2년 하다가 그만두곤 했지만, 마라톤은 10년째 꾸준히 하고 있다"며 "지구력과 인내심도 기를 수 있고, 달리고 나면 몸도 개운해져 나와 참 잘 맞는 운동"이라고 웃어 보였다.

마라토너로서 김 씨의 목표는 다치지 않고 팔순까지 뛰는 것이다. 최고 기록 1시간 30분대를 뛰어넘어 29분대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하고 싶지만 무리할 생각은 없다. 김 씨는 "무리하면 꼭 부상이 온다. 특별한 부상 없이 꾸준히 마라톤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봉기 박장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