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간 선수들 몸 관리 책임
- "성민이는 유연성 떨어졌지만
- 맞춤형 트레이닝법 찾아 극복"

- 가족보다 선수와 스킨십 잦아
- 부상 후유증 우려 심적안정 도움
- 조동현 감독에 소원수리 전달도

프로농구 부산 kt 선수의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누구인지 구별해 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선수단 전체의 몸 관리를 책임지는 최영재 kt 수석 트레이너다.

	최영재 수석 트레이너가 훈련하는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김진룡 기자

그의 주된 임무는 선수의 몸 상태 관리다. 부상, 운동 방법, 마사지 등 선수의 몸에 관해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한마디로 kt 선수 몸의 전문가다. 인기척만으로도 누구인지 가려낼 수 있다. 송영진 kt 수석코치는 선수 시절 헛기침을 꼭 2번씩 하고 마사지를 받으러 왔단다. 또 선수마다 가진 특유의 발소리만 들어도 누가 마사지를 받으러 오는지를 파악한다. 그는 그만큼 선수와 스킨십이 잦다. 전담 트레이너로서 1년 동안 가족보다 선수를 더 많이 보니 가능한 일이다.

지난 8일 끝난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최 트레이너는 수시로 박상오의 손가락 상태를 점검했다. 왼쪽 새끼손가락 부상을 입은 박상오가 해서는 안 될 훈련은 과감하게 제외했다. 드리블 연습을 앞둔 박상오는 그에게 다가와 "한 손으로 드리블해도 되죠?"라고 물었다. 그는 "무리는 하지 말자"고 타일렀다.

최 트레이너는 선수들의 몸관리뿐아니라 심리적으로도 큰 도움을 준다. 부상 당한 선수는 보통 위축되기 마련이다. 부상 재활 시에도 몸을 움직이는 데 공포감을 느끼기도 한다. 부상 후유증에 대해 최 트레이너는 먼저 심리적인 안정을 가장 우선시 한다. 마사지하며 경기 외적인 이야기도 많이 해 자신감을 심어준다. 동시에 재활 부위에 맞게 할 수 있는 운동과 해서는 안 되는 운동을 구분해준다.

선수들과 자주 소통하다 보니 조동현 kt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도 한다. 선수가 힘들어하는 부분을 직접 감독에게 말하기 어려울 때 그가 아무도 모르게 감독에게 슬쩍 조언하는 것이다. 평소 조 감독은 강한 훈련과 규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팀 분위기에서 애로 사항을 가진 선수들은 그에게 다가가 일종의 소원 수리를 하곤 한다.

'지난 10년 동안 트레이너 생활을 하면서 농구하기에 가장 적합한 몸을 가진 선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바로 조성민을 꼽았다. 예를 들면 농구를 할 때 점프력은 강한 하체에서 오고 부드러운 슛 터치는 유연한 손목에서 나온다. 그에 따르면 애초 조성민의 몸은 농구에 적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성민은 스스로 농구에 적합한 트레이닝법을 찾아내 꾸준히 몸을 만들었다. 그는 처음부터 농구에 적합한 몸을 가진 선수는 많지만 이렇게 조성민처럼 노력으로 극복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한 선수도 안 다치고 시즌을 마치는 목표를 잡았다. 불가능하다는 걸 알지만 부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는 "선수들이 다치면 제 할 일이 늘어나죠"라며 웃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