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비서도 공중볼 지배…상대 공격 저지
- 녹슬지 않은 기량, 갈길 바쁜 부산 큰힘
- 경기장 밖에선 선수들 '정신적 지주'로

"공중볼은 모두 내게 맡겨라."

부산 아이파크의 주장 이원영이 지난 21일 부천과의 경기에서 골을 터뜨린 후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부산 아이파크 제공

부산 아이파크의 주장이자 중앙수비수 이원영(35)의 제공권이 갈수록 빛을 발하고 있다. '헤딩머신'이란 별명답게 공중볼을 거의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 25일 열린 K리그 챌린지 안산과의 경기에서도 이원영은 0-1로 뒤지던 전반 몸을 던지는 헤딩슛으로 귀중한 동점골을 뽑아 팀을 위기에서 건져 올렸다.

전반 7분 만에 안산의 공민현에게 헤딩 선제골을 내준 부산은 심하게 흔들렸고 안산의 파상 공격에 휘둘리며 잇따라 결정적인 찬스를 내줬다. 위기의 순간 부산에는 주장 이원영이 있었다. 전반 25분 프리킥 찬스에서 공격에 가담한 이원영은 이영재가 올려준 프리킥 낙하지점을 정확하게 포착해 다이빙 헤딩슛으로 안산의 골망을 갈랐다.

2경기 연속 득점이자 FA컵 포함 올 시즌 3번째 득점이었다. 그가 리그에서 기록한 2골은 모두 팀이 뒤진 상황에서 나온 값진 동점골이다. 이원영은 지난 주말 부천전에서도 0-1로 끌려가던 후반 38분 코너킥을 헤딩슛으로 연결해 팀을 패배에서 구해낸 바 있다. 이원영은 "골을 넣긴 했지만 득점보다는 팀의 패배를 막고 좋은 분위기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발판을 놓았다는 점에서 아주 기쁘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원영의 머리는 특히 세트피스 상황에서 가공할 만한 위력을 발휘한다. 부산의 전문키커인 이영재와 찰떡 궁합을 자랑한다. 이원영이 기록한 3골은 모두 헤딩골로 이영재의 도움을 받았다. 이원영은 "평소에 영재와 많은 대화를 나눈다. 경기장에서도 킥을 길게 올려달라든가, 짧게 끊어달라든가 하는 요구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제공권은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빛난다. 안산전에서 부산이 한 명이 퇴장당해 일방적으로 수세에 몰리던 후반에는 수비진을 지휘하며 그물망 수비를 펼치는 동시에 공중볼은 여지없이 걷어내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지난 2014년 리그 막판 울산의 우승이 걸린 경기에서 장신 스트라이커인 김신욱을 꽁꽁 묶었던 일화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이원영의 가치는 경기 외적으로도 빛난다. 경기장 밖에서도 주장이자 맏형으로서 선수들을 다독이며 때로는 쓴소리도 쏟아낸다. 또 코칭스태프에게 선수들의 애로사항을 가감없이 전달한다. 그가 올해 부산으로 복귀했을 때 일각에서는 '나이가 있는데 예전만 하겠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부산이 올 시즌을 앞두고 가장 잘한 '신의 한 수'가 이원영 영입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그는 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안인석 기자 do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