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세계모험경주에 도전하는 변규보(맨 왼쪽) 씨 등이 5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 광안리 해수욕장 앞바다에서 카약 훈련을 하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 700㎞를 지도와 나침반만 들고
- 카누 등으로 먼저 도착하는 대회
- 도전 콘텐츠 엮어 기부 계획도

- "현지 체류비 등 기업후원 절실"

대한민국 최초로 세계모험경주대회에 도전하는 '괴짜'들이 부산에서 훈련하고 있다. 동아대 학생 김정호(27), 대전여고 교사인 김혜림(여·27), 스키 패트롤 김정훈(26), 자칭 모험가 변규보(26) 씨가 주인공들이다.

모험 경주는 혼성 4인조로 한팀을 이뤄 500~700㎞에 이르는 거리를 1:50000 지도와 나침반만 사용해 목표 지점까지 누가 일찍 도착하는가를 겨루는 경주다. 트레킹 산악자전거 카누 카약 로프 등 지정된 이동 수단을 이용해 그야말로 야생에서 모험하는 스포츠다.

이들이 참가하려는 'Godzone Adventure 2016'은 해마다 열리는 '세계모험경주 챔피언십 대회'의 지역 예선으로 뉴질랜드 남섬 태즈먼 지방에서 다음 달 29일부터 4월 10일까지 열린다.

철인 3종 경기를 능가하는 모험 경주에 도전하는 이들은 팀 이름도 괴짜를 의미하는 'GEEKS'로 지었다. 팀 이름에는 '대한민국의 끊임없이 모험하고 도전하는 정신(Go Endless Expedition Korean Spirit)'이라는 뜻이 담겼다.

이들의 만남은 '올드보이(OB)'라는 모임에서 출발했다. OB는 대한산악연맹이 주최하고 코오롱 스포츠가 후원하는 한국청소년오지탐사대 활동을 다녀온 사람들의 모임이다.

OB에서 활동하며 인연을 쌓아온 이들 괴짜는 지난해 11월 모험경주에 참가하기로 의기투합했다. 또 대회 기간 벌어지는 일이나 에피소드 등을 스토리 콘텐츠로 만들고 이를 통해 기금을 모아 기부활동을 하자고 뜻을 모았다. 기부활동도 펀딩된 돈을 단순히 자선단체에 보내는 게 아니다. 이들이 직접 지체장애인이나 보호감찰 처분을 받은 청소년들과 아웃도어 활동을 할 예정이다.

도전을 통해 기부하려는 큰 뜻을 세웠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려니 많은 난관에 부딪혔다. 우선 대회 참가비 700만 원은 자비로 부담했지만 교통비, 각종 장비(자전거, 카누, 카약, 의류), 체류비 등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자전거 회사, 의류 회사, 항공사 등에 문의해 도움을 요청했지만 모두 퇴짜를 맞았다. 유일하게 전투식량을 납품하는 회사에서 식량 후원을 받은 게 전부다. 설 연휴가 지나면 이들 회사로 뛰어가 담당자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아 볼 생각이다.

괴짜들은 또 주말마다 모여 독도법 교육, 카약·산악자전거 훈련을 하고 있다. 2009년부터 세계 오지를 탐사해온 변규보 씨는 "기업 후원은 어렵고 김정훈 대원이 허리 부상을 당하는 등 준비과정이 만만치 않다"면서 "하지만 우리의 도전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끝까지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