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 신용진이 지난 4일 부산 부산진구 가야골프연습장에서 드라이버샷 연습을 하고 있다. 그는 비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스윙스피드 훈련을 한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 작년 만50세 이상 투어 상금왕
- KPGA서도 젊은 선수와 경쟁

- 53세지만 체력에 어려움 없어
- 스윙스피드 훈련, 비거리 유지
- 주니어 선수 육성에도 큰 관심

프로골퍼 신용진(히로아키골프)은 1964년생이다. 우리 나이로 53살이지만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다. 부산에 근거를 두고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활약해 '부산갈매기'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지난해 그는 KPGA 챔피언스 투어 상금왕에 올랐다. 챔피언스 투어는 만50세 이상 선수들이 참가하는 시니어 투어다. 재작년 두어 경기를 뛴 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투어에 참가한 신용진은 곧바로 상금 1위에 오르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1988년 KPGA 투어에 데뷔한 신용진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28년간 투어생활을 해왔다. 통산 8승을 올린 강자로 2003년에는 상금왕에 올랐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 오픈을 끝으로 우승은 없었지만 지난해에도 아들뻘의 선수들과 함께 그린을 누볐다.

신용진의 올해 목표는 KPGA 투어에서 보란 듯이 우승하는 것이다. 그는 "다른 욕심은 없다. 투어에서 우승해 신용진이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골퍼라면 역사에 이름 석 자는 남겨야 하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올해 그가 우승하면 최상호가 2005년 세운 KPGA 투어 최고령 챔피언 기록(50세 4개월)을 갈아치우게 된다.

지난해 신용진에게 9년 만에 우승 기회가 있었다. 6월 제주 오라 골프장에서 열린 바이네르 오픈에서 신용진은 3라운드까지 선두에 1타 뒤진 2위를 달렸다. 정상이 눈앞에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3오버파로 무너지며 공동 20위로 내려앉았다.

그는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신용진은 "3라운드까지 내 계획대로 맞아들어갔다. 4라운드에서도 초반에는 괜찮았다. 운명의 8번 홀(파3)이 문제였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프로선수들에게는 그런 홀이 있다. 아무리 샷감이 좋을 때라도 그 홀만 가면 왠지 안 풀리는 홀. 그 8번 홀이 그랬다"면서 "아이언 5번은 길고 6번은 짧았다. 애매했다. 2단 그린이라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아쉬워했다. 클럽 선택을 고민하다가 결국 스리퍼트로 더블보기를 범하면서 무너졌다.

신용진은 체력이 허락하는 한 계속 그린 위에서 도전할 작정이다. 지난해 KPGA 투어 상금랭킹 50위권에 들어 올해 시드권을 확보해 놓았다. 그는 "아직 체력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시드권을 가진 동안은 계속 뛸 것이다"며 자신 있게 말했다. 올 시즌에 KPGA 투어 15개 정도, 챔피언스 투어 10개 대회에 참가할 계획이다.

아직도 드라이버 비거리가 270m는 너끈하다. 그는 "아직은 젊은 선수들과 비거리에서는 뒤지지 않는다"며 "골프는 체력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습량은 적어도 그동안의 경험으로 버틴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비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지금도 스윙스피드 훈련만큼은 빼먹지 않고 한다고 귀띔했다.

그렇더라도 쉰을 넘긴 나이에 2개 투어를 병행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챔피언스 투어가 화·수요일 열리고, KPGA 투어는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이어진다. 체력 부담이 없을 수 없다. 더구나 부산에서 생활하는 신용진은 보통 대회 당일 새벽에 일어나서 혼자 차로 이동한다. 숙소에서 자고 혼자 컨디션 조절을 해야 한다. 그는 "겉으로 보기에 투어골퍼들이 화려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대부분의 선수가 어렵게 생활한다"고 털어놨다.

부산의 가야골프연습장에서 본부장을 맡고 있는 신용진은 주니어 선수 육성에 관심이 많다. 그는 "제대로 된 프로에게 배울 기회를 주고 싶다. 욕심은 많은데 부산의 골프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탄식했다. 또 "수도권에 비해서 환경이 너무 열악해 선수가 조금만 싹수를 보여도 죄다 서울로 올라가 버린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부터 차근차근 주니어 육성에 대한 구상을 시작할 작정이다.

인터뷰 말미에 90대 타수의 아마추어가 80대로 진입하는 데 필요한 한 가지만 조언해달라고 부탁했다. 신용진은 "보통 아마추어들은 공을 똑바로 보내는 연습을 많이 한다. 하지만 타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잘못된 습관 하나를 고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그립이 잘못됐다면 그립을 고친 후 연습을 해야지 계속 잘못된 그립을 유지하면 다른 쪽에 악영향을 미쳐 골프가 망가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안인석 기자 do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