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역꾸역 승전가를 부르는 슈틸리케호의 동력가운데 하나는 주전 못지않은 백업요원과 멀티플레이어들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 22일 우즈베키스탄과의 2015 호주 아시안컵 8강전에서 2-0으로 승리, 무실점 4연승으로 준결승에 안착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청용(볼턴), 구자철(마인츠) 등 공격진의 핵심요원이자 리더의 부상 이탈, 집단 몸살에 따라 뒤틀린 라인업 등의 악재를 고려할 때 놀라운 결과다.

조별리그를 지탱해준 저력은 주전을 위협하는 조커들인 '슈퍼서브'들이었다.

한국은 지난 10일 오만과의 조별리그 1차전이 끝난 뒤 오른쪽 윙어 이청용, 왼쪽 윙어 손흥민(레버쿠젠), 처진 스트라이커 구자철, 골키퍼 김진현, 센터백 김주영(상하이 둥야), 오른쪽 풀백 김창수(가시와 레이솔) 등을 부상과 몸살로 잃었다. 이들을 대체한 요원들은 지난 13일 쿠웨이트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무려 7명이나 바뀐 라인업에 적응하지 못해 졸전에 졸전을 거듭했다.

공격진 전 지역을 소화하는 이근호(엘 자이시)가 최전방을 맡았다.

공격형 미드필더나 측면요원으로 모두 뛸 수 있는 남태희(레퀴야)가 이청용의 오른쪽 공백을 메웠다.

손흥민의 왼쪽에는 백업요원 김민우(사간도스)가 들어갔고, 구자철의 처진 스트라이커 자리는 이명주(알아인)가 메웠다.

김민우는 왼쪽 날개 공격수와 왼쪽 풀백을 겸할 수 있는 다목적 선수이고 이명주도 공격형,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보는 멀티플레이어이다.

오른쪽 풀백 김창수의 자리는 누가 주전인지 모를 경합을 벌이는 차두리가 그대로 대체했다.

골키퍼 장갑은 김진현과 살얼음 경쟁을 벌이는 김승규(울산 현대)가 꼈고 센터백 김주영의 공백은 출전만 기다리던 김영권(광저우 헝다)이 막았다.

슈퍼서브 시험장의 결과는 우격다짐으로 거둔 1-0 승리, 내용은 처절한 졸전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적지 않은 소득이 있었다.

각 선수의 튼실한 백업이나 멀티플레이 능력이 확인된 까닭에 전열과 전술이 훨씬 유연하게 변했다.

특히 자주 변화하는 선발진과 경기 중에도 요동치는 전술 대형에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상대는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을 법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나에게 등번호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를허물었음을 밝혔다.

그는 모든 선수가 전력이 비슷해 누구를 투입하더라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수준을 대표팀 운영의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현재 슈틸리케호에서 아시안컵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선수는 골키퍼 정성룡(수원 삼성)밖에 없다.

그러나 정성룡도 농익은 경험과 정상급 기량을 지니며 김진현, 김승규가 부상을무릅쓰고라도 과감한 플레이를 하도록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슈퍼서브를 앞세운 선수 구성의 유연성뿐만 아니라 이들의 멀티플레이를 앞세운 전술의 유연성까지 강조하고 있다.

대회 기간에 경기 중에 어떤 상황이 닥칠 수 있으니 자기 포지션에 집착하는 관념을 버리는 놀이가 호주 입성 후 처음으로 치른 훈련이었다.

공격진의 포지션 변화, 수비수의 수비형 미드필더 전환과 같은 가벼운 변형은 거의 매 경기 나타났다.

중원의 지휘자로 경기마다 선발로 나서는 기성용(스완지시티)조차 우즈베크와의8강전에서 3단 변신을 선보였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왔다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바꾸더니 왼쪽 날개 공격수까지 봤다.

공격형 미드필더 변신은 원래 지닌 멀티플레이 능력에 따른 결과였고 윙어 변신은 경기 상황에 따라 감독에게 즉석에서 제안한 결과였다.

유연한 출전과 다목적 역할 수행을 위한 슈틸리케호의 훈련은 계속된다.

한국 대표팀은 23일 시드니로 건너가 우즈베크전 선발 출전자 11명을 제외한 10명을 불러 훈련을 재개한다.

이는 주전 라인업의 체력이 고갈돼 언제 누가 들어가 어떤 역할을 할지 모르는 상황을 대비한 '일상적인' 훈련이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