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코스 남자 1위-이권호 씨

- "내게 첫 우승 추억 안겨준 부산·다대포"

제16회 부산마라톤대회의 가장 큰 성과는 쟁쟁한 중고 신인의 발견이다. 2시간43분13초의 기록으로 남자 풀코스 우승을 차지한 이권호(48·대구 달성군) 씨가 대표적이다.

이 씨는 지난 2008년부터 6년간 꾸준히 풀코스를 뛴 철각이다. 마라토너들에게는 널리 알려졌으나 우승 경험은 많지 않다. 꾸준한 체력훈련과 함께 산악마라톤으로 경기력을 키웠는데도 정상 문턱에서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서울국제마라톤대회(2시간37분16초)와 올해 경주 국제마라톤대회(2시간40분대)에서도 아쉽게 1위를 놓쳤다. 상심이 컸던 그는 '마지막로 한 번 만 더 도전하자'는 심정으로 올해 부산마라톤대회에 출전했다고 한다.

이 씨는 "을숙도의 바다 바람에 애를 많이 먹었다. 체온 변화가 심했다. 맞바람이 불어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게 우승의 감격을 준 부산과 다대포해수욕장은 평생 즐거운 추억의 장소로 기억될 것 같다"고 말했다.


■ 풀코스 여자 1위- 권순희 씨

- "마라톤은 인간의 한계 극복하는 재미"

"날씨나 바람은 물론 나쁜 컨디션도 이겨내야 마라톤의 맛을 느낄 수 있어요"

여자 풀코스 1위 권순희(42·부산 사상구 모라동) 씨는 부산마라톤대회 2연패를 두 번이나 달성한 절대 강자다. 2009·2010년과 2013·2014년 통산 4회 우승했다. 2011년과 2012년에는 준우승했다.

권 씨는 지난 2006년부터 마라톤에 입문했다. 힘든 훈련 기간을 거쳐 그해 제8회 부산마라톤 대회 10㎞에 처녀 출전했다. 당시 기록은 47분으로 첫 경기치고 좋은 성적을 냈다.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건 2009년부터다.

권 씨는 "어릴 때부터 폐활량이 좋지 않고 몸이 허약해 마라톤을 시작했다. 지금은 생활의 일부가 됐다"면서 "건강에도 좋지만 무엇보다 아들에게 떳떳한 엄마가 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날 2시간 57분 44초로 가장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은 그는 "지난해에는 발목 부상을 이겨내고 우승했다. 마라토너라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재미를 즐겨야 한다"고 했다.


■ 하프코스 남자 1위-장성연 씨

- "잔부상 많았는데 유종의 미 거둬 기뻐"

'다대포의 남자' 장성연(38·경북 울진군) 씨가 남자 하프코스 3연패를 달성했다. 장 씨는 국제신문 주최 부산하프마라톤과 부산마라톤대회에서 벌써 13번째 정상에 오른 하프코스의 최강자다. 2009년 가을에는 풀코스 우승도 했을 만큼 거리를 가리지 않는다.

매년 30회 이상 마라톤대회에 출전하는 그는 "낙동강 하구의 풍광은 언제봐도 아름답다"면서 "경쟁자들과 거리 차이가 많이 나 기록을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올해 잔부상이 많았는데 유종의 미를 거둬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기록은 1시간15분12초. 다대포 코스에서 그의 최고기록은 1시간9분42초이다. 장 씨는 울진군청 공무원이지만 훈련은 부산 현대마라톤클럽에서 하고 있다.

장 씨는 중·고교 시절 중장거리 육상선수였다.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뒀다가 2007년 체중 감량을 위해 마라톤에 도전했다.

그의 우승 비결은 웨이트 트레이닝이다. 장 씨는 "매일 1시간30분 정도 근력 운동을 한다. 달리기와 근력 운동을 함께해야 좋은 기록이 나온다"고 했다.


■ 하프코스 여자 1위-이연숙 씨

- "15년 전 첫 출전 대회서 우승해 뿌듯"

"15년 전 처음 출전했던 공식대회에서 우승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

1시간27분11초의 기록으로 하프코스 여자 1위를 차지한 이연숙(43·대구 달서구) 씨는 1999년 지인의 권유로 마라톤에 입문했다. 그는 그해 11월 열린 제1회부산마라톤대회 풀코스 완주에 성공했다. 지난해까지 10㎞ 코스에 주로 나섰던 이 씨는 올해 동아마라톤대회 풀코스 완주를 계기로 하프코스에도 뛰어들었다. "평소 등산과 트랙 달리기를 1시간 이상 하면서 체력을 키웠어요. 풀코스와 하프코스 모두 자신감이 생기더라구요."

지난 5월 대구 영남일보 주최 하프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한 그는 이번 대회는 쉽지가 않았다고 한다. 지난 2일 일본 시모노세키 마라톤대회 풀코스에 출전했다가 무리하는 바람에 컨디션 난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낙동강 하구에서 분 맞바람 탓에 평소의 경기 흐름을 유지하는 데도 애를 먹었다. 이 씨는 "을숙도대교가 길기는 했지만 아름다웠다. 15년 전 처음 마라톤에 입문했을 때는 완주가 목표였는데 우승까지 해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